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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게 움켜쥐는 날엔

외로운 사람들을 위한 자기화 사고법 〈09화〉

by 너라서러키 혜랑


나도 모르게 움켜쥐는 날엔


“감정은 약함이 아니라,
아직 말이 되지 않은 진실이다.”
— 카를 융



요즘 나는 자주 스스로에게 묻는다.
내가 잘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잘못 가고 있는 걸까.
누가 정답을 알려주지도 않는데
하루를 마치고 나면
괜히 스스로에게 점수를 매긴다.
잘 해낸 순간보다
부족했던 장면이 더 또렷하게 남는다.


‘잘하고 있다’
‘잘못 가고 있다’
이 두 문장은
늘 나를 불안하게 만든다.
마치 인생에도
정답지가 있는 것처럼.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세상에는 그런 기준이 없다.
내가 결정해서 가는 길만 있을 뿐이다.


아주 오래전부터였던 것 같다.
언제부터인지 정확히 기억나진 않는다.
한번은
힘들다고 말했는데
그 말 이후 오히려 더 힘들어졌던 적이 있었다.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순간
그 감정 안으로 더 깊이 빠져버린 느낌.
그 이후로 나는
알게 모르게 말을 줄이게 되었다.
힘들다고 말한다고
반드시 해결되는 건 아니라는 것.
그래서 나는
참는 쪽을 택했다.
안으로 삯히면
언젠가는 의미가 될 거라 믿으면서.
감정이 내 안에서
효소처럼 작용해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줄 거라 믿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감정은 오래 쥐고 있으면
숙성되지 않고 굳는다는 걸.
효소가 되기 위해선
시간보다 먼저
흐름이 필요하다는 것도.
나는 그동안 너무 오래
내 마음을 움켜쥐고 있었다.


힘들다고 말하지 않는 것이
성숙이라고 착각했고
참는 것이
나의 미덕이 되어버렸다.
사실 내가 원했던 건
대단한 위로나
해결책이 아니었다.
사랑보다 먼저,
인정이었다.
설명하지 않아도
증명하지 않아도
그냥 여기 있어도 괜찮다는 감각.


“그래도 너는 괜찮다.”
그 한 문장이
필요했을 뿐이다.
그래서 요즘은
이렇게 말해본다.


부러우면 하면 되지.
못하면 아직인 거고,
아직이면 쉬면 된다.
나는 이제
나를 쥐는 대신
나를 믿는 쪽을 택하기로 했다.


잘하고 있는지,
잘못 가고 있는지보다
중요한 건
지금도 내가 이 길 위에 서 있다는 사실이다.
태양이 뜨고 지는 것처럼
그저 오늘을 건너고 있을 뿐이다.



https://youtu.be/_8BBgW08xV8?si=LYwkyeZLdM8Xskac




오늘의 자기화 사고법 — 나에게 묻는 질문


이 글을 읽고
답을 찾지 않아도 좋다.
그저 한 문장만
마음에 남겨도 충분하다.


지금 내가 움켜쥐고 있는 감정은 무엇인가?
나는 언제부터 이 감정을 참아오고 있었을까?
이 감정을 붙잡고 있는 이유는 보호일까, 두려움일까?
만약 지금의 나를 평가하지 않는다면, 나는 어떤 상태일까?
나는 지금 ‘잘하려’ 애쓰고 있는가, ‘살아내고’ 있는가?
이 질문은
답을 요구하지 않는다.
다만
나에게 돌아올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줄 뿐이다.






오늘의 자기화 확언



“나는 지금도,
나의 속도로 잘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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