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을 위한 준비과정이다. 기물이 꽉 차 있는 매장을 공실로 말끔히 정리하고 치워야 하는 마무리이기에 창업에 못지않게 무겁다. 시작과 끝은 다른 듯 동일 선상에 시간차를 두고 벌어지는 같은현상이다. 흐르는 눈물을 내색하기에는 그 출혈이 너무 커. 수습하기에도 바쁜 시간이라 그저 넋을 놓고 바라보기만 할 수는 없다. 검은머리가 흰머리가 되도록 그렇게 심사숙고 또 고민하면서 다시 새로운 시작을
준비한다.
나보다 한 달 먼저 철거하고 나간 바로 앞매장의 그녀도 나와 같은 심정이었을까? 어쩜 나보다 더 무거웠을 지도 모른다. 갑자기 이른 아침 종종거리며 출근하는 그녀의 모습이 내 얼굴에 오버랩 되고 가여운 그녀 얼굴에 내 얼굴이 앉는다. 그녀 또한 나와 같은 과정을 고스란히 먼저 지나갔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도저히 견디지 못해 나보다 앞서 폐업을 결정하고 철거라는 강수를 두었으니 분명 나와 같은 지점에서 고민했을 것이다. 그리고 나와 같은 지점에서 아팠을 것이다. 그녀의 한숨이 내 가슴을 때린다.
이심전심이다.
“철거비는 얼마나 나올까?”,
“그 돈은 어떻게 충당할까?”,
“이달 매출로 이 모든 것을 정리 할 수 있을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로 복잡하게 뒤틀렸을 심사를 임시 처방한다.
두통약이다.
나도 지금은 아프다.
한다 한다 하더니 드디어 폐점 확정을 짓고 여기저기서 철거 견적을 받는 중이다.
3년동안 운영하던 백화점 내 떡볶이 매장의 철거 를 맘먹고 오늘부터 본격적으로 준비하는 날이다.
한다 한다 하면서 계속 미루다
드디어 오늘. 2인 1조 3팀이 철거작업견적을 위해 매장을 찾았다.
첫번째 팀은 아침 일찍 결의에 찬 모습으로 등장했다. 한 사람은 돌돌 말아 두었던 줄자를 잡아 늘여 매장전체의 길이를 재고 들고 있는 수첩에 뭔가를 계속 적는다. 그러면서도 내게 안도감을 주려는 지 내 감정을 살뜰하게 살피며 내일까지 견적을 넣어주겠다는 말을 남기고 금새 사라졌다.
오후에 찾아온 두번째 팀은 매장에 오자마자 한 번 휙 둘러보더니 어떻게 정리 할 것인지를 내게 물었다. 이들은 첫번째 팀과는 달리 준비물이라고는 자신들의 경험과 눈 밖에 없었다. 오랜 경험치가 있어서인지, 아니면 초자인지 사실 구분이 가지 않았다. 뚜벅뚜벅 빙글빙글 한참을 두리번거리다가 앞매장에 냉면이나 한 그릇 드시라며 내게 냉면 한그릇을 배달시켜주고 갔다.
2인1조로 팀을 이룬 마지막 팀이 왔다. 이 번에는 몰 영업팀에서 소개한 인테리어업자로 직원과 함께 왔다. 속닥속닥 철거 범위를 말하는 것 같았고 그리고 다른 팀의 견적도 묻는다. 주방집기 철거는 다른 곳에 맡기라(50만원을 준다고 한 업자) 말하면서 집기들은 8시전에 빼 주면 좋겠다고 한다. 정확한 금액을 안내 받은 것도 없고 하겠다고 결정한 것도 없는데 그들은 이미 내가 결정이라도 한 듯 생각이 앞선 이른 스케쥴을 의논 하자 한다.
다짜고짜 돈얘기부터다. 사실 돈이라고는 쥐어짜도 물 한 방울 안 나오는 마른행주같은 상황임을 그들도 알 텐데, (작년 이맘 때 과다한 철거비를 부담하지 않는 방법으로 철거하자고 협의) 그렇게 1년 매장유지 그리고 현재 철거비를 부담하지 않는 조건으로 폐점을 협의하는 과정에 복병이 발생했다. “철거비가 들지 않는 상황에서 폐점을 진행하기위해 노력했으나 본사 방침이 바껴 일정부분 철거비가 필요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2017년 법규 등등을 내세우며 또 한 번 뒤통수를 때린다.
결국 이렇게 되는 것이다. 철거비를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 봉착(서류상 그 어떤 근거도 없다는 이유하나 때문에) 현 시점에서 십원이라도 싼 곳에서 철거를 하려는 나의 생각은 이미 딴 나라로 보내 버린 듯한 3번째팀이 견적을 뽑는 관행에서 힘의 논리를 보았고 약자의 프레임을 뒤집어쓴 나는 황당하기 그지없다. 이 또한 내가 학습해야 할 경험의 서랍에 넣어둔다
전환이다. 철거는 철거이고 새로운 전환쪽으로 나는 지금껏 준비한 온라인몰과 마케팅에 더 집중하기로 했다. “운은 준비 된 사람에게 온다!” 루이 파스퇴르의 말처럼 나는 철거가 실패를 의미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도전을 위한 서막이라 여기기로 했다. 서울로 가는 길이 경부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길로 방향을 틀기 위해 잠시 흔들리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철거를 한다는 것은 유에서 무로 가는 길이고 또한 무에서 유를 창조하기위한 출발지점임을 너도 알고 나도 안다. 세상의 답이 나의 답은 아니다. 코로나 이후로 급변한 자영업계에서 시류에 맞는 해석이 필요했다. 그리고 세상과 함께 흐른다. 노안으로 어두침침하던 눈이 돋보기 안경을 끼더니 새 아침의 여명을 맞은 듯 밝아졌다. 온라인스토어에 대한 희망의 깃발에 두 배의 매출을 달고 펄럭 일 준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