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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맘혜랑 Jun 23. 2024

드디어 여배우를 만났다.

여배우였던 그녀를 만났다. 그녀는 이름만 들어도 알 정도로 잘 나가는, 그러니까 TV에서 얼굴을 자주 볼 수 있었던 한때 꽤 잘 나가는 배우였고 내게도 낯익은 얼굴이다. 그러다 어느 순간 브라운관에서 자취를 감췄고 인형 온라인사업의 CEO로 성공을 거뒀다는 것이다. 온라인사업에 한창 관심 많았던 나는 그녀의 성공스토리를 배우고 싶었고 그래서 수소문 끝에 그녀를 만나기로 했고 오늘이 그 날이다! 


잘 나가던 배우가 왜? 그것도 그 흔한 인형을? 어떻게 그런 결정을 하게 되었을까? 궁금증을 한보따리 안고 그녀가 강의하기로 한 강의장에 도착했다. 역시 배우는 배우였다. 상큼하고 환한 얼굴이 멀리서도 확 눈에 띄었다. 


그녀는 코로나로 인해 배우로서의 역할이 줄었고 들쑥날쑥한 주머니에 불안감을 느끼며 공항장애까지 겹친 잔혹한 어려움을 견디는 자신의 모습을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했다고 한다. 그런 그녀에게 친구가 말한 ‘너의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캐릭터를 인형으로 만들어 팔아봐’라는 한마디가 그녀를 온라인사업에 뛰어들게 했다는데.




사람은 어느 한순간, 그 찰나같은 순간 흔히 말하는 영감(spirituality)에 모든 것을 맡기기도 한다. 느낌은 지성이 주는 판단을 훨씬 초월한 어떤 메세지와 같은 강력한 신호로 가슴에 확 꽂힌다. '영감을 받는 것은 기존의 방식과 뻔한 방법을 벗어난 것을 의미'한다는 찰스해낼(주)의 말처럼 머리속으로 이해되지 않는 강렬한 어떤 힘이 자신을 마구 움직이게 하는 것이다. 그렇게 그녀도 자신의 느낌을 믿고 사방팔방 구애를 시작했다는데.


용기다! 좌초된 채 영영 수면위로 다시는 못 오를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용기다. 그 막막한 심연의 공포를 용기로 누르고 간절히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은 그녀의 생뚱맞은 인형사업에 대한 도전. 그 용기가 그녀의 오늘을 만들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두려움이 있고 그 두려움 앞에서. 전진할지 후퇴할지 망설인다. 두려움과 불안 심지어 공항장애까지 몰고 오는 이 감정의 정체는 분명 이유가 있어서 찾아오는 것일 게다. 맞다 나도 그랬다. 


두려움이 없었다면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지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도전 앞에서 겸손할 수 있을까? 


두려움과 불안은 인생에서 다른 삶을 예고하는 신호다.




나는 천성이 자영업자다. 2000년 아주 작은 공부방으로 시작해서 지금 대형쇼핑몰 내에 차린 음식점에,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화장품까지. 사업가라고 하기엔 아직 시작에 불과하고 자영업자라는 말에 딱 적합한, 

잔뼈가 굵은 사람이 나다. 나이 탓인지 관념 탓인지 내게 온라인 시장은 여전히 어렵다. 

아니, 어렵다기보다 아주 낯선 공간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시대를 무시하고 사업을 확장시켜 나가자니 

나의 지식은 아주 형편없다. 이런 이유를 그녀와 같은 두려움 앞에 나는 봉착했고 그녀를 만나면서 

나의 두려움도 신호로 여기며 나 또한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공간을 바꿔볼 용기를 가지게 되었다. 


그녀와 나의 삶은 분명 달랐지만 

새로운 일에 도전한다는 것, 

도전 앞에서 느끼는 두려움을 용기로 바꾸려는 단호함,

시장에 대한 무지. 모든 것이 같다. 

여배우에게 인형이란 상품이 낯설 듯 

나같이 평범한 이에게 새로운 상품개발이 낯설다. 


성공한 그녀 앞에서 ‘나도 할 수 있을까?’ 싶은 위축감이 상당한 타격으로 찾아왔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녀에게 배우러 간 학생이기에 나는 배우는 것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50대 중반을 넘어선 지금 나의 삶을 돌아보고 더 나은 삶으로 한걸음 더 내딛기 위해 나의 귀한 시간을 낭비할 수 없다. 


집에 돌아와 자영업자로서 성공하고자 하는 간절함은 더 커졌고 이를 통해 호랑이가 가죽을 남기듯 나 역시 내 이름에 걸맞은 굿즈 상품을 비롯해 브랜드를 만들고 싶고 이 모든 과정이 글로 남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자영업자로 벼랑 끝에 서 있는 나에게 새로운 기회가 주어졌고 이 기회는 나의 꿈으로 이어지고 있다. 


천천히 가면 빠르게 도착한다. 왠 역설인가? 

과정은 천천히이지만 결과는 오히려 더 빠르게 온다는 이 모순된 진리를 다시 한번 되새겨본다. 

방향이 정해지면 그 방향으로 하나하나 내 앞에 놓인 디딤돌을 밟아가며 탄탄하게 가야 한다. 

방향 앞에 놓인 목표 하나하나의 깃대를 뽑으며 가다 보면 

어느 순간 목표가 내 앞으로 다가온다고 하지 않는가? 지금 시작이라도 괜찮다. 

아마 천천히. 는 묵묵히. 를 의미할 것이다. 묵묵히 꾸준히 가면 반드시 목표가 서 있는 그 지점에 

내가 서게 될 것이다. '인내는 힘보다 나은 것이다‘라는 간디의 명언처럼 능력보다는 꾸준히 묵묵히 해나가는 

간절함이 나를 이끌게 해야 할 것이다. 




중년은 어려운 시기일 수 있다고 그녀는 강조했다. 중년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어려움은 닥친다. 

고통총량의 법칙처럼 누군가에게는 초년에, 또 누군가에게는 말년에 닥칠 것이다. 

내게 지금이 어려운 시기인가? 잠깐 돌아보면 이보다 더 어려운 일도 많이 겪었는데 

어쩌면 이제 쉽게, 편하게 살고 싶은 간지러운 바람이 내게 들어와서 상대적으로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또한 무엇이든 중간이 어정쩡한 것이다. 

젊은 나이에 앞만 보고 달리면서도 지칠 줄 몰랐지만 이제 노쇠되어 가는 이 육신이 자꾸만 편함을 추구하고 정신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일을 하는 이유와 가치‘를 찾으라 한다. 

아마 이 어려움은 삶의 가치에 대한 추구가 아닐까? 


이러한 정신의 추구가 신체를 이겨낼 때 아마도 내가 나누고 싶은 행복은 배가 될 것이다. 

뿌린대로 거둬들이는 것이 중년이겠지만 거둬들인 것을 더 부풀려 세상으로 내놔야 하는 의무를 지닌 것도 중년의 몫일테다. 봄부터 겨울까지 싹을 틔우고 잎이 나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고. 

아마 지금까지 이리 했다면 이제 열매가 새로운 씨앗, 그러니까 후손을 위해 얼마나 알차고 영양가 있는 씨앗을 세상에 뿌릴 것인가를 고민하고 결정하고 단단히 마음먹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수년전 월매출 7-8천을 찍으며 잘 나가던 식당사장일 때와 

지금 다시 개업하여 백화점 내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나는 너무나 다르다. 

그 때는 젊었고 지금은 중년이 되었고 

그 때는 아날로그였고 지금은 디지털시장이 되었고 

그 때는 아는 지식으로 용감하게만 해도 성공했고 지금은 모르는 온라인 시장에서 다시 학생이 되어 있고 

또 하나. 

그 때는 '자선'이라는 걸 몰랐고 지금은 아니까 이 어려운 시기에도 나는 실천하고 있다. 

왜냐면, 진짜 사업가답게 살고 싶기 때문이다. 


17년부터 지역아동센터에 음식봉사를 하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동정어린 시선으로 가진 것을 베푸는 사람이 아니라 주기 싫고 하기 싫고 내가 갖고 싶은 것을 나누는 진정한 나눔이 자선이어야 한다. 식탁에 남은 음식을 남에게 주는 것은 결코 자선일 수 없다. 부족한 내 능력과 자원을 그래도 나누려는 정신으로 나는 자영업자로서, 내 인생의 가치를 실현하는 성공자로서 나를 한걸음 내딛게 해야겠다. 그렇게 감사가 생활이 되는 나로 나를 만들어야겠다. 




지금 나는 고군분투중이다. 성공을 향해 배워가는 학생답게 나는 잔뼈굵은 자영업자이지만 다시 세상을 배우고 세상사는 무기인 나의 가게를 더 큰 관점으로 들여다보고 내 가게에 나의 삶을 어떻게 투영시킬지 

나의 철학을 정리하고 그것을 온라인이라는 세상에 어떻게 구현해 나갈지를 배우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모든 과정을 글로 남기는 시도도 보태고 있다. 


여배우에서 사업가로 성공한 그녀에게 나는 온라인사업의 성공노하우를 배웠다기보다 삶의 가치를 실현하는 방향성, 이를 위해 무거운 다리를 옮겨내는 정신, 그것들을 묵묵히 꾸준히 해나갈 의지의 힘을 배운 듯하다. 

누군가가 그리 해냈다면 나도 할 수 있는 것이다. 나의 하루하루도 그렇게 소모되지 않고 쌓아가는 하루가 되길 

오늘 이 시간 간절하게 바래본다. 



주> 찰스해낼, 마음먹은대로 된다, 2019, 뜻이 있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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