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독일 프랑크푸르트

by 깡아지


롤랑 바르트의 <사랑의 단상>에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자주 등장합니다. 괴테만큼 사랑에 빠진 사람의 마음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작가가 아직까지도 없기 때문일까요.


나는 프랑크푸르트 괴테의 집에서 괴테를 만났습니다.


ㅎㅎㅎㅎㅎㅎ.jpg 오른쪽 모퉁이를 돌면 괴테의 집이 나온다


베르테르는 로테를 보자마자 첫눈에 반했습니다. 그녀에게는 이미 약혼자가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습니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깊어지기 전에 그만두어야 하는 것이 맞는데, 이미 빠져든 감정은 어쩌지 못했습니다. 괴테는 첫사랑에 빠진 소년 같은 베르테르의 감정을 가감 없이 표현합니다.


로테도 베르테르를 사랑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성애와는 조금 다른, 자신에게 정말로 소중한 사람에게의 사랑 같았습니다.



"그때 이후로, 해와 달과 별들에 대하여 아랑곳하지 않게 되고, 낮인지 밤인지도 분간 못 하게 되었네. 세계가 온통 내 주위에서 모습이 사라져버렸네."


베르테르의 사랑은 누구도 자신의 사랑을 인정해주지 않는 세계와의 대결이었으며, 그의 죽음은 자기파괴적 결말이었습니다. 베르테르의 사랑을 단순히 ‘금지된 사랑’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도 복잡한 감정입니다.


괴테는 베르테르의 입술을 통해 말합니다. “인간이 행복해지고자 하는 바로 그 자체가 도리어 인간을 비참하게 만드는 원천이 됨은 이것 또한 불가피한 법칙이란 말인가? 사무치는 행복을 이 몸으로 맛보고 그리고 나서 파멸하여 그 죄를 짊어져도 좋다고… 그런데 그것이 어찌하여 죄란 말인가?”


ㅎㅎㅎ.jpg 젊은 베르테르가 사랑한 여인 로테



만일 베르테르가 그만두지 못하고 더 나아갔더라면, 베르테르의 사랑은 로테를 불행하게 만든 원인이 되었을지 모릅니다. 로테는 알베르토를 저버릴 수 없는, 도덕을 어길 수 없는 인물이었으니까요.


알베르토는 그가 없던 밤에 베르테르가 찾아왔었다는 말을 듣고는 썩 내켜하지 않습니다. 로테는 그의 기분을 살피며 사단이 발생하지 않을까 염려합니다. 그리고 알베르토는 베르테르가 쉽사리 총을 내어주지 못하자 의아스런 눈초리를 보냅니다. 마치 그는 일부러 베르테르의 손으로 총을 내어주게끔 의도한 듯싶습니다.



ㅎㅎㅎㅎㅎ.jpg 프랑크푸르트의 햇빛이 쨍해서


모든 준비를 마치고 죽음만을 앞둔 베르테르는 말합니다.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이것으로 내 생애의 모든 소망이 다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로테를 사랑하는 것이 이승에서는 죄가 되었으니, 먼저 저승에 가 숭고한 사랑을 이어가려 합니다. 이형기 시인의 <낙화>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다만 한 사람의 나그네, 이 지상의 한낱 순례자일세. 그러나 자네들은 그 이상의 존재일까?"


괴테의 집에는 햇빛이 자주 들었습니다. 볕이 잘 드는 의자에 앉아 로테를 향한 사랑을 어쩌지 못해 고뇌했을 괴테를 그려봅니다.

한 시인은 "미인의 얼굴에는 언제나 햇빛이 먼저 와 들고, 나는 그 볕을 만지는 게 그렇게 좋았다." 라는 구절로 나의 마음을 울렸습니다. 젊어서 비극적이고, 젊어서 아름다운 사랑. 나는 젊은 날이 가기 전에 이 책을 읽었습니다. 괴테도 젊은 한때의 나처럼 마인 강을 따라 걸었을까요. 강변에 오래도록 앉아있었을까요.


ㅎㅎㅎㅎ.jpg 햇빛이 잘 드는 괴테의 창가


막스 뮐러는 <독일인의 사랑>에서 말했습니다. "진실로 가장 고귀하고 선한 것은 그것이 가장 고귀하고 선한 것이라는 그 이유만으로도 우리에게는 가장 사랑스러운 것이 되어야 하리로다."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다 주어도 아까워하지 않는 그들의 사랑이 부럽습니다.

나는, 젊은 날이 다 가기 전에 이런 사랑을 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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