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잔. 또 한 잔.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그녀는 전혀 의도하지 않는 사이에 그 밤의 주역이 되었다

by 꿈결

작가의 평소 생각이 무척 궁금해지는 책이다. 일본 특유의 감성과 유머, 그리고 주인공의 씩씩함과 다정함이 인상 깊었다. 대학교 1학년 학생인 검은 머리 아가씨와 아가씨에 첫눈에 반한 학교 클럽 선배의 좌충우돌. 엉뚱하고 호기심 가득한 검은 머리 아가씨는 피로연에서 시작해 밤의 거리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며 밤거리를 순례하다 최종보스라 할 수 있는 이백 씨와 술로 겨뤄서 이기고, 선배는 어떻게든 후배 눈에 띄려고 따라가다가 온갖 상황에 휘말려 놓치다가 결국엔 만나게 되는 식의 이야기 속 넘실대는 판타지 요소와 함께 몰입감 있게 이어진다. 배경은 크게 본토초의 밤거리, 대학 축제, 한 바탕 휩쓸고 간 감기에 초토화된 마을이다. 호기심 가득하여 마주친 상황을 피하지 않고 돌파해 나가며 다양한 사람과 상황을 기꺼이 받아들이며 당차게 나아가는 검은 머리 아가씨. 하하 유니버스처럼 자기는 모르는데 모두 자기 이야기를 하고 있는.. 그런 느낌의 주인공이다. 나 역시 대학시절 뭐든 도전해 보고, 새로운 걸 많이 경험해 봐야지 다짐했지만 막상 대학에 가니 공부하고 돈 버느라 바빠 다양한 경험을 하지 못한 것이 생각났다. 물론 핑계다. 그저 검은 머리 아가씨처럼 적극적으로 걷고 나서지 않았을 뿐. 선배는 학기 내내 첫눈에 반한 후배를 뒤쫓아 다녀서 그녀의 뒷모습엔 도가 텄다. 온 우주가 도와서 그녀와 만나지 못하게 하는 것처럼 그녀를 마주하기까지 온갖 사건에 고통받지만 결국엔 그녀를 마주하는데 막상 마주하면 실없는 한 마디 뱉는 게 다다. 나중에는 스스로를 검열하며 왜 본인이 그녀와 만나야 하는지에 대해 머리를 싸매고 또 스스로의 미래를 자책하는데 그 모습이 퍽 공감됐다. 그래도 선배는 후배를 따라다닌 덕분에 정말 많은 경험을 했다. 등장인물과 배경의 여러 판타지 요소에도 불구하고 선배의 자기 고뇌는 현실로 자꾸만 끌어당겨 나의 현실적 고민과도 뒤섞인다.


"맛있게 술을 마시면 돼. 한 잔, 한 잔, 또 한 잔." "이백씨는 행복한가요?""물론.""그건 정말 기쁜 일이에요." 이백 씨는 빙그레 웃고 작게 한마디 속삭였습니다.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무엇보다 첫 번째 장에서 쓰인 본토초의 밤은 제목과 달리 한 밤에 이렇게 많은 일이 일어날 수가 있나 싶을 정도로 긴 긴 밤처럼 느껴졌는데, 금요일 퇴근 후 꼭 가보고 싶은 본토초의 밤거리다. 그리고 전기부랑을 마셔보고 싶다. 궁금하다. 무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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