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반캄 탐마봉사 <나이프를 발음하는 법>

그는 난민이 되었을 때 이 삶의 모든 비통함을 소진해 버렸다

by 꿈결

라오스계 캐나다 시인이자 소설가인 작가는 태국 농카이에 있는 라오스 난민촌에서 태어나 한 살에 캐나다로 이주했다. 작가는 이민자의 딸로서 본인만이 그려낼 수 있는 14개의 단편을 선보인다. 라오스계 작가의 소설은 한 번도 읽어본 적이 없는 터라 큰 고민 없이 구매했던 책이다. 소설을 읽고 작가를 검색해 보니 여러 어워드의 수상 경력을 가진 작가였다. 14개의 단편소설은 책 제목의 나이프(knife)에서 발음되지 않는 k처럼 존재하나 발음되지 않는, 존재하나 소외되어 조명받지 못하는 난민, 이민자, 노인 등의 삶을 담고 있다.


"아이는 아빠에게 나이프의 k는 묵음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아빠가 저녁을 먹는 걸 보면서 아이는 그가 모르는 게 또 뭐가 있을지 생각해 본다. 스스로 알아내야 할 것들이 또 뭐가 있을지. 아이는 아빠에게 어떤 글자는, 비록 존재하지만 발음되지 않는다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17-18pg


각 이야기의 주인공은 선의의 거짓말을 하고, 열렬히 사랑하고 질투하며 욕망하고 욕구를 분출하고, 꿈꾸고 바람피우며 자기 자식이 너무 소중한, 우리와 다를 것 없는 사람들이다. 다른 것이 있다면 나의 뿌리를 품고 있는 고향에서 이들의 삶이 해체되고 다른 곳으로 옮겨져 재조립되었다는 것, 대부분 자의가 아닌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인한 이민이었다는 것이다. 나는 언론을 통해 접한 난민과 이민자들을 쉽게 대상화하곤 했다. 그들은 내 주변에 없다고, 알 수 있는 기회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그저 보지 않으려고 한 것이고, 나와 다르다고 쉽게 결론내고 쉬운 마음으로 살고자 한 것이다. 함께 사는 인생은 결코 쉽지 않다. 타인의 삶, 특히 소외된 이들의 삶을 저절로 알 수 없다. 이들의 구체적이고 생생한 삶은 저절로 드러나거나 이들의 삶이 더 나아지기 위한 논의는 중요한 테이블에 잘 올라가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소설의 이런 점이 좋다. 소설은 나를 확장시켜 절대 가닿지 못할 것만 같은 삶에도 마음을 턱 가져다 놓는다. 소설을 통해 만난 이들의 삶은 이제 더 이상 나와 상관없지 않다. 그들의 이야기가 내 주변에 있는 것을 안다. 생생하게, 팔딱거리며 존재하고 사랑하며 또 죽어가는 것을 안다.


"나는 그때 엄마가 아는 걸 생각해 보았다. 엄마는 전쟁에 대해 알았다. 어둠 속에서 총을 맞는 게 어떤 건지, 품안에서 죽어가는 사람을 보는 게 어떤 건지, 폭탄이 무엇을 파괴할 수 있는지. 그건 내가 알지 못하는 것들이었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사는 곳, 그런 일은 전혀 일어나지 않는 나라에서 살면 그런 건 몰라도 상관 없었다 .나는 모르는게 많았다 . 127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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