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의, 소설에 의한, 소설을 위한<소설 만세>

정용준 작가 첫 에세이

by 꿈결

소설 만세. 두 손을 번쩍 들어 소설에 환호하는 동작이다. 소설 사랑을 넘어 소설을 경축하기에 이르는 소설 쓰는 정용준의 만세. 가뿐히 드는 손이라기보단 끙끙 앓다 고민하고 열심히 써낸 소설이라도 그는 다 쓴 문장 끝의 괄호 안에 "소설 만세"를 넣고 싶다고 한다. 그는 만세를 외치며 소설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 놓는다. 소설을 늦게 시작한 만큼 청강까지 해가며 열심히 공부하고, 2년간 와이파이 안 터지는 고시원 방 한 칸에서 소설만 생각하고 소설만 쓴다. 이 책은 소설을 지독히도 사랑하는 그의 소설의, 소설에 의한, 소설을 위한 소설 사랑 고백서다.


어떤 세계는 현실보다 더 현실이고 실제보다 더 실재한다.

그것을 보고 감각하는 자들이 있다. 그것을 생각했다는 것만으로, 그것을 마음에 품고 상상했다는 것만으로 마음이 붐비고 어쩔 줄 모르게 되는, 때문에 쓰고 싶고, 읽고 싶은, 이 감각과 마음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40pg

소설이란 "단 한 사람의 편을 들어주는 것"이라는 그의 정의는 그가 소설을, 이 세상을 어떤 태도로 대하는지 보여준다. 그는 불가해한 세상을, 한 사람 한 사람을 바라보며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현실에 혀를 차며 고개 돌리지 않는다. 그가 할 수 있고, 사랑하는 소설로 단 한 사람에게 가닿을 소설을 써내며 고민하고 또 고민하며 세계를, 문단을, 문장을 직조해 나간다. 소설에 대한 그의 생각을 읽다 보면 절로 고개를 끄덕이고 미소를 짓게 되는데, 그는 소설을 참 소중히 여긴다는 면에서 특히 그렇다.


총 4부로 구성된 이 책은 연보라색 양장본의 진초록 인쇄로 눈이 편안해지는 옷을 입었다. 어떤 작가의 몸에 좋은 소설이라는 이야기에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그는 정말 맞다고 우리에게 이야기한다. 마음이 좋아야 몸이 좋고 마음이 좋으려면 소설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의 소설 사랑이 건강까지 챙긴다고 하니 나 역시 어떤 백면이든 띄어 놓고 소설의 한 문장을 타이핑하고 싶어진다.


정용준은 소설이 잘 써지지 않을 때 목욕탕을 찾는다. 목욕탕에서 개운하게 다 씻어내고 나면 새로운 몸과 마음으로 소설의 다음 문장을 이어갈 수 있게 된다고. 또 그는 키보드를 바꿔가며 새로운 타건감으로 소설을 써 내려간다. 소설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그의 루틴을 통해 생산된 소설은 우리의 몸과 마음도 개운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그의 소설을 읽고 싶다. 돌이켜보면 작가의 산문을 먼저 읽고 소설을 읽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나는 그 작가를 알고 그의 작품을 읽게 되는 경로를 따르게 된다. 의도적이지 않더라도. 그렇게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그의 시선과 독자의 시선이 이리 저리 교차하며 새로운 세상이 발견되기 때문이리라. 그런 과정이 참 즐겁다. 예기치 못한 경로로 발견되는. 책들의 향연. 그렇게 그를 따라 소설을 읽고 또 쓰다 보면 마침내 소설쓰는 정용준처럼 세상과 이웃을 향한 다정한 시선을 갖게 될지도 모른다.


소설을 쓰고 읽는 사람들에게 이 말을 하고 싶다.

"그럴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겉보기에는 초라하고 세련되지도 않은 것 같고 그래서 경쟁력도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실제로 나쁜 전망이 맞다고 하더라도)그것은 그럴 가치가 있어요. 당신이 소설을 그렇게 지킨다면 소설 역시 당신을 그렇게 지켜 줄 것입니다." 50-51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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