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대출 안 나와요."

by 경포티

일명 '9.7 부동산 대책'의 골자는 주택 매매사업자와 임대사업자의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LTV(담보인정비율)를 0%로 내린 것이다.


대출이 '아예 안 나온다'는 의미다.


즉, 수도권 부동산 투자를 할 것이라면 대출 없이 자신이 갖고 있는 돈으로만 구입하라는 것. 기존엔 매매사업자는 낙찰가의 60~90% 수준으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정부는 지난 '6.27 부동산 대책'에 따른 다주택자들의 대출 전면금지에 이어 이번 '9.7 부동산 대책'으로 매매사업자와 임대사업자의 주택담보대출을 원천 차단하고 나섰다.


문제는 '9.7 부동산 대책'이 나오기 전에 이미 대출을 받을 것으로 확답을 받고 부동산을 낙찰받은 사람들이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설령 대출 금액이 보수적으로 책정된다 하더라도, 한도 내에서는 최대한 레버리지를 활용해 투자에 나설 계획이었다.


경매 투자자들 사이에선 다시 한번 큰 혼란이 왔다.


특히 해당 부동산 정책이 나오기 전 낙찰을 받은 사람들의 경우 이번 규제가 자신에게도 적용이 되는 것인지 아닌지부터 알아내는 것이 급선무였다.


그런데 은행, 대출상담사 등 실무에서는 이번에도 우왕좌왕하는 분위기였다.


이들에게 해당 대출과 관련해 물어봐도 "아직 공지가 내려오지 않아 확답을 줄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이미 정책은 발표되었는데, 이게 무슨 말인가. "일단 정책은 질렀으니, 알아서 수습하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최악의 경우 대출을 받지 못해 경매 잔금을 내지 못한다면, 해당 낙찰자는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의 보증금까지 날릴 위기에 내몰릴 수 있다. 이는 대출이 될 것이란 확답을 받고 낙찰을 받은 사람 입장에선, 그야말로 마른하늘의 날벼락인 것이다.


'매매사업자'는 정당하게 사업자를 등록하고 이를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이다.


그런데 '투기 수요를 억제하겠다'는 이유로 별 다른 예고와 유예 기간조차 없이 이들에게 무작정 규제를 들이대는 것은 과한 처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동산 스터디원들 사이에서도 곡소리가 나왔다.


"규제 전에 낙찰을 받고 아직 대출을 실행시키진 않은 상태인데, 설마 저도 이번 대출 규제에 해당이 되는 건가요?"


"하... 시댁에 돈 빌릴 생각 하니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거리네요"


며칠이 지나고 대출상담사들로부터 하나 둘 답변이 오기 시작했다.


매매사업자로는 대출이 불가능합니다.


많게는 90%까지도 대출이 된다고 했던 곳에서 이 같은 답변을 한 것이다.


대신 매매사업자 외에 다른 사업자를 등록한다면 그것으로 대출은 가능할 것 같다는 말도 덧붙였다.


나름의 편법(?)이었다. 하지만 상담사가 제시한 해당 대출 비율은 현저히 적었고, 금리 또한 평소보다 높았다.


또 다른 대출 상담사에게도 연락이 왔다.


"규제 발표 전에 매매사업자를 등록했다면, 그건 대출이 가능할 것 같다"는 답변이었다.


이어 해당 상담사는 "아시겠지만, 현재 이렇게 대출을 해주는 곳은 전국에 여기 하나뿐"이라고도 강조했다.


정말로 여기 하나뿐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대출을 해주겠다는 곳 자체가 많지 않은 것은 사실이었다.


그나마 한 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내가 빌라 입찰에 보수적으로 접근했다는 점이다.


아무리 대출이 충분히 나올 것 같다는 확답을 받았다고 할지라도, 애초에 감당이 가능할 정도의 금액으로만 입찰에 도전을 한 것이다. 빌라는 특히 아파트보다 담보가치가 적어 리스크 대비에 더욱 철저해야 한다는 판단이었다.


즉, 만에 하나 대출이 아예 안 나온다고 하더라도 현재 가진 돈으로 잔금을 치를 수 있을 정도의 물건만 노린 것.


물론 그때 당시에도 한편으로는 '에이, 설마 대출이 안 나오는 일이 생기겠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정말로 설마가 사람을 잡을 줄이야.


혹자는 투자에 있어 어느 정도의 리스크는 감당해야 큰돈을 벌 수 있다고들 한다.


하지만 그전에 '최악의 경우부터 가정하고 그에 맞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마련해 둬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피부로 깨달았다.


부동산 대책으로 혼란스러운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모르는 번호로 연락이 왔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XXX 거주자입니다."


'어? 점유자가 드디어 연락을?'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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