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시골 놀이터 체험장을 운영하는 은정이가 전화를 했다.
토마토가 너무 많으니 와서 따다 먹으라고 한다. 오늘 오후 일정이 취소되어서 바로 갈 수가 있으니 다행이다. 남편과 애들도 데리고 가서 토마토를 따오고 싶지만 큰 놈은 학원으로, 작은놈과 남편은 시댁으로 모두 일정이 있으니 나 혼자 코스트코 장바구니에 집에 있는 멜론을 한통 넣어 출발한다. 필요한 거 없냐는 나의 말에 친구는 아무것도 필요 없다 하지만 공짜로 토마토 가지러 가는 나는 고민이 된다. 웬만한 과일과 채소는 다 재배하는 친구 집이라 고민 고민하다 멜론은 없을 것 같아서 1통 챙겨 넣었다.
작년부터 소일거리로 여러 야채와 과일을 키우며 농업인 학교를 다니던 친구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매송으로 이사도 가고 체험농장 사장님이 되었다. 여고 동창인 우리는 친구가 이렇게 체험장을 운영하는 농부님이 된 것이 너무 신기하다. 농촌 출신인 나는 사실 농사일이 너무 싫었었다. 농사는 너무 힘들일 이기 때문이다. 사연인즉슨 5월은 만물이 자신의 기를 온 세상에 펼치는 계절인만큼 어린이날도 5월이다. 항상 이 즐겁기만 한 5월 5일 어린이날이 나는 너무너무 싫었다. 친구들은 모두 선물을 받고 여행도 가고 즐겁게 쉬는 날 우리 집은 그렇지 못했다. 나에게 어린이 날은 항상 지긋지긋한 고추를 심는 날이었던 것이다. 고추 심을 구멍을 파고 고추 모종을 들고 다니면서 구멍마다 고추를 넣고 쪼그려 앉아 고추를 심고, 가장 힘들었던 점은 고추 모종에 물을 주는 일이었다. 고추 모종이 뿌리를 잘 내리고 마르지 않도록 충분한 물을 주전자로 흠뻑 적셔주어야 하는 것이다. 물론 내가 이 모든 작업을 했던 건 아니지만 나의 기억에 어린이날은 즐겁지 않은 날인 것이다. 이렇게 힘들고 안 좋은 추억이 있는 농사를 친구가 본격적으로 운영한다니 걱정이 너무 컸다. 하지만 친구는 정말 잘 꾸려 나가고 있다. 정말 멋진 나의 친구다.
내가 농장에 도착하자마자 처음 농장을 둘러본 곳은 잘 자라고 있는 논과 그 옆의 작은 연못이었다.
화성시립어린이집과 결연을 맺은 친구는 연못에 우렁이도 가득했고 밑에 보이는 너무 이쁜 분홍색 알을 보여주었다. 생전 처음 보는 색깔에 도저히 누구 알인지 알 수가 없었는데 커다란 왕우렁이 알이 저렇게 이쁠 수 있다고 한다. 너무 신기하다.
부레옥잠 위에 올려놓은 왕우렁이 알도 보고 부레옥잠 꽃도 이번에 처음 보았다.
이번에 사진을 찍으며 나의 핸드폰 카메라 성능이 이렇게 좋을 줄 이제야 알게 되었다. 손에 들고만 다녔지 다양한 기능들을 사용할 줄 모르니 이번 기회에 많이 공부를 해봐야겠다.
어릴 적 담벼락 밑에 항상 가득했던 봉숭아 꽃이다. 여름방학쯤 항상 건드리기만 하면 "톡"하고 터지는 노래 가사에도 나오는 그 흔하디 흔한 꽃이었는데 도시에서는 볼 수가 없는 꽃이다. 친구는 자매결연한 어린이집에 봉숭아 물들이기 키트를 만들어 판매를 하고 있다고 한다. 구할 수 없는 봉숭아 꽃을 이용하여 아이들에게 추억의 손톱 물들이기를 체험하게 하는 것이라 한다. 너무 아이디어 상품 아닐까? 농업도 이젠 아이디어가 경쟁력이구나.
이제 친구 집에 온 주 목적인 토마토를 만나게 되었다. '빨리 저를 어떻게 좀 해주세요' 바닥으로 모두 쏟아져 내릴 것 같은 빨간 친구들이 가득가득 매달려 있었다. 농사가 싫다고 했지만 나의 잠자고 있는 본능인 건지 토마토를 따는 나는 땀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행복하다 생각이 들었다.
오래간만에 친구네 방문해서 토마토를 수확하는 기쁨도 느끼고 정말 좋았다. 은정아 열심히 먹고 또 따러 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