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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 Jun 20. 2023

오죽했으면... 정지아 <아버지의 해방일지>

전직 빨치산 출신의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딸 아리의 이야기이다. 빨갱이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아버지 장례 3일 동안 아버지를 이해하게 되는 이야기이다.



아버지와 가족들 이야기

아버지가 고향에 살며 그 주위의 친구들 이야기

나와 아버지의 이야기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의 이야기


이 소설은 우리 현대사의 아픔이 한 가족사에 그대로 드러나있다. 빨갱이 아버지와, 빨갱이 형님, 빨갱이 친척으로 인한 연좌제 등 우리 현대사의 가슴 아픈 이야기들이 아무렇지 않게 한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서 무겁고 어두운 이야기를 시트콤처럼 가볍고 빠르게  딸의 입장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빨갱이 가족으로서 겪어야 했던 파란만장 삶인데 어떻게 이렇게 가볍게 블랙코미디로 전개시켜 나가는지 작가의 능력이 부러울 따름이다. 각 장면의 상황들을 아무렇지 않게 그림을 그려가며 설명하고 있다. 한 편의 영화를 관람한 느낌이 든다.


"영정 속 아버지가, 이틀 내 봤던, 아까도 봤던 영정 속 아버지가 전과 달리

그립던 어떤 날들처럼 친밀하게 느껴졌다.

죽음으로 비로소 아버지는 빨치산이 아니라 나의 아버지로,

친밀했던 어린 날의 아버지로 부활한 듯했다.

죽음은 그러니까. 끝은 아니구나, 나는 생각했다.

삶은 죽음을 통해 누군가의 기억 속에 부활하는 거라고,

그러니까 화해나 용서 또한 가능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빨치산 아버지의 유일한 자식으로 서

귀하디 귀한 딸로

아버지와 친밀한 딸로 자라다

아버지가 감옥에서 10여 년을 보내다 감형으로 나오게 되고

어릴 때의 친밀감은 없이 그냥 빨갱이 아버지로 삶을 버티는 아버지가 얼마나 답답하고 답답했을까?


작가는 마지막에 이렇게 말하고 있다.


" 쉰 넘어서야 깨닫고 있다.

더 멀리 더 높이 나아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행복도 아름다움도 거기 있지 않다는 것을.

성장하고자 하는 욕망이 오히려 성장을 막았다는 것을"


원망으로 가득하고

떠다고 싶었던 고향, 환경들이

결국은 아버지를 떠나보내며 '아버지의 해방일지'가 아닌 '자신의 해방일지'였다는 것을


"오죽하면 할미가 뻥을 치겠는가.

다 먹고살자고 하는 것이다.

급하면 뻥도 치고 호통도 치는 것이 사람 아닌가?"


나도 이쯤 나이 먹으니 모두가 이해가 된다.

오죽했으면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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