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안산교육청으로 지역을 옮겼습니다. 안산지역은 교사와 학생이 함께 하는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더라고요. 처음 접해본 프로그램이라 너무 낯설었지만 안산지역에서 4년 차가 되니 이젠 너무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추천하고 싶습니다.
사제동행 멘토링 프로그램이란 선생님과 제자가 함께 하는 프로그램을 말합니다. 선생님과 제자 사이가 쉽지만 또 어려운 사이이기도 하잖아요. 선생님과 제자 사이를 연결시켜주는 프로그램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우선 프로그램을 함께 할 친구를 2명 정도 생각하고 부모님의 동의서를 받습니다. 담임 선생님들께서 학생을 선정하는데 기준은 선생님들에 따라 차이가 있습니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서 문화생활을 같이 하고 싶은 친구를 선정하기도 되고, 학급을 위해 봉사를 많이 한 친구를 선정해도 되고, 저의 반처럼 매주 두 번씩 남아서 공부를 같이하는 친구를 선정해도 됩니다. 담임 선생님들의 재량에 따라 친구들이 선정됩니다. 매주 남아서 공부하는 친구와 그 친구를 많이 도와주는 친구까지 2명의 친구들이 선정되었습니다.
오늘 드디어 한 학기에 한번 진행되는 사제동행 멘토링 프로그램을 진행하였습니다. 때마침 장마 기간이라 비가 억수로 쏟아집니다. 간식을 배달로 대체할까? 고민도 들었지만 아이들과 좋은 장소, 좋은 시간을 보내는데 색다른 곳이 좋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 비가 와도 진행하였습니다.
이 비를 뚫고 문구점으로 향했습니다. 다른 선생님들은 친구와 서점 나들이를 가시기도 합니다. 인터넷으로 책을 구매하시는 분도 있습니다. 저희 반 친구들은 문구점에 가서 자신이 사고 싶은 선물을 사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아 문구점으로 향했지요. 친구들은 무엇을 사야 할지 구경만 하고 선뜻 물건을 가지고 오지 못합니다.
"사고 싶은 물건 있으면 앞으로 가지고 나와요"
계속 두리번거리기만 합니다. 지난주 프로그램을 진행한 다른 반 선생님들께 후기를 물어보았더니 어느 반은 장난감을 사고 어느 반은 연필과 지우개만 고르고 못 골라서 선생님이 골라 주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저희 반 친구들도 막상 고르지 못하고 제 눈치만 보는 것 같습니다. 이럴 땐 제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것이 맞겠지요.
"이런 샤프는?, 이런 장난감은"
드디어 한 친구는 핑크빛 연필꽂이를 골랐습니다. 다른 친구는 휴대용 연필깎이를 골랐습니다. 계산대에 올리니 아직 돈이 여유가 있어 지우개도 덤으로 여러 개 골라 주었습니다. 친구들이 자신이 원하는 것들을 고른 것 같아 다행입니다.
"선생님 우리 이젠 뭐해요?"
"맛있는 것도 먹어야지"
문구점 옆 카페로 이동합니다.
비가 오니 카페에 저희 팀만 있습니다. 친구들과 맘껏 떠들어도 눈치 볼 사람이 없어 너무 좋았습니다. 친구들은 어떤 메뉴를 고를까 궁금했는데 먹어본 딸기 바나나 주스, 초코 세이크를 고릅니다. 음료수와 와플, 조각 케이크도 달달하게 추가합니다.
"너희들을 학교 밖에서 보니 더 좋다"
친구들도 그렇다고 말하는데 진심이겠지요.
친구들과 방과 후에 바로 집으로 가는지?, 학원을 가는지?, 어느 학원을 다니는지?, 우리 반에서 짝 하고 싶은 친구가 있는지? 등등을 묻고 듣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교실 속에서는 각각의 친구들의 개인적인 것을 묻는 것이 쉽지 않은데 이렇게 짧게나마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어 좋았습니다. 친구들의 속마음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한 시간 반이라는 시간이 짧지만 자주 이런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생각이 듭니다.
사제동행을 같이 한 친구는 ADHD로 주의가 산만하여 집중하기가 쉽지 않고, 친구 사귀는 것에 어려움이 있는 친구입니다. 혼자서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을 보내는 이 친구에게 오늘의 이 경험이 밑거름이 되어 함께한 친구와 사이도 더 좋아졌으면 합니다. 그 친구와 더불어 다른 친구들도 많이 사귈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사제동행 프로그램의 예산이 더 많이 책정되어서 더 많은 친구들과 함께 했음 합니다. 같이 못한 친구들에게 살짝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