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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 Aug 04. 2023

엄마를 부탁해-신경숙


노부부가 생일을 맞이하여 서울로 상경합니다. 자식들 내려오는 것이 번거로울까 봐 노부부가 서울로 올라옵니다. 서울에 올 때마다 마중을 나오던 자식들은 그날 다들 일이 있어 마중을 나오지 못합니다. 매번 앞서가던 아빠를 엄마가 따라가지 못해 지하철을 엄마가 놓치게 되며 엄마를 잃어버리게 됩니다. 엄마를 잃어버리고 난 후에야 엄마의 소중함을 알게 됩니다. 엄마의 존재를 자신들이 잊고 살았음을 인식하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주인공의 엄마는 가난 때문에 학교를 가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글자도 모르지요. 작가인 딸의 책을 읽을 수가 없어 남에게 읽어달라고 부탁을 해서 딸의 책을 듣습니다. 저와 같은 세대들은 모두 공감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저희 엄마도 초등학교만 간신히 졸업을 하셨습니다. 첫째 딸이라고 오빠들과 동생들은 모두 학교에 보내고 집안 살림을 맡아서 하셨다고 합니다. 지금도 엄마는 학교를 길게 못 다닌 게 한이라고 말씀하시곤 합니다. 70년대 생인 제 친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학을 가고 싶었지만 여자라고 실업계 고등학교로 진학 한 친구들이 많습니다. 우리의 엄마와 우리의 친구들이 이 소설의 주인공입니다. 엄마의 존재를 다시금 되새기게 되는 소설입니다.


제가 태어나 보니 엄마는 처음부터 엄마였습니다. 엄마도 딸이고 한 여자라는 걸 저도 모른 채 살아왔다고 반성이 됩니다. 엄마는 맛난 것도 없고, 좋아하는 것도 없고, 아프지도 않고, 멋 부리는 것도 싫어하는 줄 알았습니다. 엄마는 매일 우리 넷을 위해 빨래하고 밥하고 일하시는 분이라 생각했습니다. 지금 아들 둘을 키우는 저도 하루 세끼 챙겨 먹이는 것이 힘이 부칩니다. 방학이라 온종일 부대끼며 아침 먹으면 점심, 점심 먹으면 저녁, 온통 아이들에게 쏟아 놓아야 하루가 지나갑니다.


아들이 부쩍 "엄마 이제 쉬세요" 하고 말을 합니다. 아무래도 이 소설을 읽고 그런 생각들을 하는 것 같습니다. 아들이 너무 슬프게 읽었던 책이라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너무 슬퍼서 단숨에 읽어버렸다고 합니다.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저도 도서관에서 책을 읽다가 도망 나왔습니다. 왜 엄마들은 모든 걸 희생했는데 미안하다고 자꾸 그러시는지 속이 상합니다. 주인공인 엄마는 떠돌이 방랑객이 남편과 아이들 넷을 혼자 키워냈습니다. 누구보다도 씩씩하게 말입니다. 자식들에게 아프다는 말 한마디 못하면서 말입니다. 엄마를 잃어버리게 되면서 이렇게 허무하게 엄마가 가시는 것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저희 엄마도 이렇게 가실 수도 있구나 생각을 하니 무섭기도 합니다.


내일 친정에 가려 합니다. 엄마에게 엄마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물어보려고 합니다. 이제는 무릎도, 허리도 안 좋아서 많이 걷지도 못하십니다. 매번 제가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았는데 올해가 가기 전에 엄마가 하고 싶어 하시는 것들을 해드릴 생각입니다. 적어도 다섯 가지는 꼭 해드리고 싶습니다. 너무 저만 생각하고 살았다고 생각이 듭니다. 엄마 죄송하고, 고맙고, 사랑합니다. 더 오래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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