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가 춤을

by 지금


아침 7시 알람이 울린다. 어제 물놀이 다녀온 둘째가 아침 7시에 알람을 맞추어 놓았다. 둘째는 어제 아침 6시 30분에 나가서 밤 11시에 돌아왔다.

"엄마, 저 오늘 피곤해서 내일 아침에 일어나서 수학 숙제할게요"

그냥 숙제 마치고 자라고 하고 싶었지만 물놀이가 얼마나 피곤한 지 알기에 아무 소리 안 했다.

항상 미리미리를 외치지만 둘째는 전혀 나의 미리미리에 반응을 하지 않는다. 금요일 사촌 동생들과 물놀이를 가니 토요일 학원 숙제를 미리미리 해 놓으라고 하였었다. 둘째는 고맙게도 "네"대답을 했지만 역시 숙제는 토요일 아침에나 할 생각인 것이다.

알람이 계속 울린다. 내가 끄고 싶었지만 나도 침대에 그냥 누워있었다.


눈을 떠보니 7시 40분이다. 이제 둘째를 깨워야겠다. 둘째 방문을 열었다. '어?' 이게 웬일인가. 둘째가 수학 숙제를 하고 있다. 토요일 아침 일찍 일어나서 수학 숙제를 하고 있다니 이 장면이 적응이 안 된다. 그런데 침대에 앉아 구부린 체 숙제를 하고 있다. 요사이 자세를 반듯하게 하라고 그리 말했는데 거북목 자세가 더 눈에 띈다.

"엄마가 얘기했지? 자세가 정말 중요해"

둘째는 들은 체도 안 하고 자신의 일만 하고 있다.

다시 나의 침대에 누웠다. 일찍 일어나서 숙제하는 아들을 칭찬해 주려 했는데 자세에 꽂혀서 잔소리만 해버렸다. 둘째가 매번 "엄마 칭찬 좀 해주세요" 하는데 나의 이런 점 때문에 둘째가 그런 말을 하는 것이구나 반성을 한다.


다시 둘째 방에 들어갔다. 침대에 앉아 공부하고 있는 둘째의 옆에 누웠다.

"엄마, 제발 엄마방에 가서 편히 쉬세요"

"왜, 난 여기가 좋은데"

"엄마가 이러시면 저를 감시하는 것 같아요. 제발 가세요"

얼마 전 거짓말을 해서 저에게 한소리 듣고 둘째 책상을 거실로 내왔다. 책상을 내오면 둘째가 거실에 나와 게임도, 숙제도 할 줄 알았다. 둘째는 자신이 어릴 때 쓰던 작은 공부 상을 창고에서 들고나왔다. 자신의 덩치보다 작은 상에서 쭈그리고 게임도, 숙제도 한다. 제가 감시하는 것 같아 거실에는 나오지 않는 것이다.

내가 둘째 침대에서 계속 누워있으니 거실 책상으로 드디어 나가버렸다. 일찍 일어났다고 칭찬도 못해주었는데 나가버렸다. 1차 시도 실패이다.


둘째가 10시까지 학원에 간다고 한다. 아침을 간단히 먹는다고 식탁에 앉았다. 첫째도 식탁에 앉는다. 첫째가 "너,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났어. 놀라운데?" 나도 거든다. "동생 오늘 엄청 일찍 일어나서 공부했어. 동생 대단하지. 동생은 하면 한다는 사람이야" 2차 시도 성공이다. 칭찬이 이리 어렵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데 나는 칭찬이 너무 어렵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반성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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