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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 Jul 23. 2020

핸드폰 분실사건

화는 나지만...

작은 아들은 드디어 5학년이 되어 생일날 스마트폰을 가지게 되었다. 스마트폰은 가능한 한 늦게 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으로 나도 버티다 버티다 5학년 생일을 맞아 큰아들이 사용하던 중고 아이폰으로 작은아들은 스마트한 세상에 입성을 했다.  책가방도 놀이터에 두고 집에 오는 작은아들이어서 폰을 과연 잃어버리지 않고 잘 사용할 수 있을까? 모든 가족들이 한 달도 못 갈 것이다라고 걱정을 했는데  8월부터 11월까지 별일이 없어 놀라고 있었다. 그런데 그날 오후 2시가 넘어서인가 작은아들 선생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어머님 **이가 전화를 읽어버렸는데 친구들이 모두 같이 찾아봐도 찾을 수가 없네요. **이가 너무 걱정을 해서 제가 전화를 어머님께 드렸어요"

담임선생님의 걱정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네, 선생님 잘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아직 하루 수업을 마치지도 못한 상태인데 담임선생님께 전화가 와서 우리 **이에게 사고가 났나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스마트폰 분실이란다.


퇴근을 하자마자 작은아들에게 오늘 어떻게 된 일인지 자초지종을 물었다. 작은아들은 전화기 잃어버린 것에 속상했는지 울었나 보다. 눈이 뻘겋다.


"엄마, 제가 분명히 가방에다 4교시에 전화기를 넣었어요. 물론 가방 문을 열어놓고서요"

"점심시간에 확인을 해보니 전화기가 안 보이는 거예요, 그래서 선생님께 말을 하고 선생님이랑 친구들이랑 모두 찾았어요. 전원을 꺼놔서 벨이 안 울리니까 찾을 수도 없었어요"

"비밀번호 걸어놨지?"

"비밀번호는 0000으로 해놨죠"

"며칠 전까지 복잡하게 비번 되어있었잖아?"

"엄마가 비번 풀라고 해서 0000으로 바꾸었죠"


작은아들 같은 반 친구들이 집으로 찾아왔다.

" **아 네 전화 지호가 가지고 간 거 같아"

"왜?"

"카톡에 너의 전화번호인데 ' 내 이름은 김지호'라고 쓰여있어"

 "정말이야?"

 

작은 아들 친구들을 보내고 작은아들 전화로 전화를 10통은 했다. 신호가 가지 않는다.

저녁을 먹다가 혹시 모르니 전화를 또 해봤다. 이번엔 신호가 간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이 형 핸드폰인데 받는 사람 누구세요?"

"전화기를 주웠어요"

"**이 형인데 이름이 누구예요"

"**이 친구 지호예요"

"내일 전화기 돌려줄 수 있지요?"

"네"

"지호야 고마워. 전화기 그럼 내일 학교에서 **이에게 주세요, 고마워요"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다. 낮에 아들 친구들이 말했던 그 친구가 가지고 있는 것이다. 비번도 쉬워서 풀었나 보다. 선생님께 문자를 보냈다.


'선생님 전화기를 찾았어요. 친구 지호가 가지고 있더라고요. **이 카톡 아이디도 바꾸었는데 내 이름은 김지호라고 바꿨더라고요"

선생님은 내일 학교에서 지호랑 이야기해 보겠다 하셨다. 밤이라 선생님과는 짧게 마무리 지었다.


정리를 해보니 지호라는 친구가 전화기를 가지고 갔고 비번을 풀어 카톡 이름을 자신의 이름으로 바꾸어 놓았다. 전원은 꺼놓고 있다가 저녁 이후에 전화를 받아 자신이 주웠다고 다.


"엄마, 지호가 제 전화기 가지고 간 거 아니에요?"

"나쁜 녀석..."


나는 솔직히 그 친구를 의심했다. 정황이 그렇게 되니 말이다. 그 친구랑은 앞으로 놀지도 말고 말도 걸지 라고 이야기하고 싶었다. 또 그 친구 집에 전화해서 부모에게도 알려야 한다 생각을 했다. 바늘도둑이 소도둑이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애들 아빠는 작은 아들을 앉히고 이야기를 한다.

 

"전화를 주워져서 고마운 친구야, 혹시 그 친구가 전화기를 가지고 안 주었다고 할 수도 있던 거잖아."

"고마우니 집에 있는 과자라도 선물로 주는 게 어떨까?"


과자라니 지금 전화기를 훔쳐간 친구인데 과자를 갔다 주라고...


속상했던 작은 아들은 금세 마음이 풀려 가방에 과자를 3개나 넣었다.


다음날 선생님은 지호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방과 후에 복도에서 전화기를 주웠고 자신은 전원을 켜서 마침 걸려온 전화를 받고 작은아들에게 그다음 날 전화를 돌려준 것이라 한다.

작은아들은 근데 이상해요. 카톡 프로필은 언제 바꾼 걸까요? 하고 묻는다.


후에 남편과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 친구와 같은 반 친구로 한해를 지내야 하고, 또 다음 학년이 있고, 이사 가지 않는 한 매일 같은 동네에서 마주치게 될 터인데 그 친구를 도둑으로 생각하고 미워하면 우리 작은 아들에게도 좋을 것이 없을 것이라 한다. 그 친구에게도 기회를 한번 더 주어 우리 작은 아들과 더 돈독한 친구로 만들 수도 있는 것이라고 미워하지 말자고 한다. 그 친구가 전화를 돌려준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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