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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 Jul 27. 2020

제일 싫어하는 일 1

가 가장 싫어했던 것 중 하나는 빨래건조대에서 빨래를 가지고 와서 빨래를 정리하는 것이었다.  마른빨래를 개다 보면 먼지가 붙어있는 색깔 옷들, 특히나 검은색과 남색 옷들은 먼지가 왜 그렇게 몰려서, 접히는 부분마다 붙어 있는지, 아니면 주머니에도 들어있고 말이다.


어떤 날은 휴지나 종이들이 세탁기에 같이 들어가 버리는 날이면, 모든 빨래 들에 하얀 가루도 아닌 것들이 가득 붙어 있어 빨래를 개기 전엔 그것들부터 찍찍이로 제거를 해야 한다. 너무나 귀찮은 일이다.


결혼을 하니 이 빨래 개는 일이 정말 일이 되어버렸다. 결혼 전에는 엄마랑 또는 언니랑 여러 명이 달려들어 정리를 금방 했는데 남편은 바쁘고 밖에 할 사람이 없어 더더욱 빨래 개는 일은 가장 싫어하는 일이 되어버렸었다. 남편은 빨래 개는 것이 제일 싫어하는 일이라고 말해주었더니 이렇게 말한다.


"마누라, 내가 제일 행복한 순간으로 만들어줄게"

"마누라, 사랑하는 남편과 매일 함께 빨래를 갭시다"


남편은 나와 다른 것 같다. 옆에 사랑하는 남편과 빨래를 개도 빨래 개는 것이 그다지 행복하지 않은 것 같으니 말이다.


이렇게 싫어하던 일을 좋아지게 만들어 준 것이 있다. 이것이 아주 놀라운 발명품이지 쉽다.

처음에는 '정말 좋을까?" 의심을 했었다.

홈쇼핑에 보이는 빨래건조기들을 보고 있노라면  먼지망에 먼지들이 한 움큼 들어있고 뽀송뽀송한 호텔 수건을 원하시면 빨리 구매를 하라고 쇼핑호스트들이 엄청 나에게 손짓을 한다. 집에 어수선하게 빨래들을 널어놓지도 않고 집이 말끔히 정리도 되니 정말 좋다고 극찬을 한다.

정말 저럴까?


진작에 살걸. 10번은 고민을 하다 재작년에 구매를 해서 잘 사용하고 있다. 이 많은 먼지들은 다 어디서 온 것인지 신기할 정도로 먼지망에 먼지가 가득하고, 수건은 뽀송뽀송 거짓말이 아니다.

옷들을 꺼내면 따땃해서 찜질방인 듯 착각을 할 정도다. 빨래건조기에서 빨래를 꺼내면 수건들을 두 개 골라 우선 다리를 덮고 찜질방인 듯 빨래를 개키기 시작한다. 너무 따뜻하고 기분이 좋다.

빨래건조기 이 요물 덕분에 빨래 개는 일을 제일 싫은 일 목록에서 정말 삭제시켜 버렸다.


빨래 개는 동안 따뜻해서 좋고,

빨래가 뽀송뽀송해서 손에 닿는 느낌이 좋고,

빨래 개는 동안은 아들들이 모두 나와 함께 여서 좋고,

빨래를 개며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를 아들들과 나누어서 좋다.

물론 아들들은 수건과 양말만 정리를 한다. 티셔츠나 속옷 정리는 너무 어렵다고 안 한다. 그래도 착한 아들들이라 아들들 각자 옷은 각 개인 서랍에 정리를 한다.



빨래건조기야 네가 있어서 좋은 일들이 많이 생기는 것 같다. 나와 함께 계속 빨래를 열심히 말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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