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이 현실이 아닌가? 아니, 애당초 현실과 비현실을 구분 짓는 벽 같은 것이 이 세계에 실제로 존재하는가?
벽은 존재할지도 모른다.라고 나는 생각한다. 아니 틀림없이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불확실한 벽이다. 경우에 따라, 상대에 따라 견고함을 달리하고 형상을 바꿔나간다.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애당초 현실과 비현실도 모두 우리가 만드는 것이다. 현실이라고 생각하면 현실도 현실이고, 비현실도 현실이 된다. 17세 주인공부터 서번트 증후군 소년까지 바라는 것에 온 신경을 집중하면 모든 것이 현실이 된다고 이야기한다.
하루키의 생각들의 집합체이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이 책이 말이다. 자기 계발서를 읽는 느낌도 든다. 원하는 것에 우리의 의지를 모두 집중하다 보면 길이 보이고 길이 열린다는 것 말이다.
소설 속에서도 벽은 계속 움직인다고 한다. 벽은 우리 마음속에서 항상 솟아났다가 줄었다가를 반복한다. 그것이 가족이 되었든 친구가 되었던. 직장동료가 되었든 말이다. 마음속에서 수없이 솟았다가 없어지기를 반복한다. 그것이 우리 인생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는 자신만의 벽을 만든다. 주인공도 남은 뭐라 하지 않지만 자신만의 벽을 만들어 자신을 가둔다. 자신의 벽을 만들고 자신을 사회와 단절시킨다. 벽안에 들어올 수 있는 사람은 아주 소수뿐이다. 자신과 어떤 선이 연결되어 있는 사람 말이다. 작가는 자신의 벽을 세우고 그 벽을 줄이고 그 벽을 움직이게 하며 세상을 살아간다. 벽 속에 숨었다가 벽밖에 세상 속으로 나왔다가를 반복한다. 결국 벽 속의 나와 벽밖에 나는 같은 존재인 것이다. 본체와 그림자가 아니다. 그냥 그 존재인 것이다. 굳이 본체와 그림자를 나눌 필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