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마다 저희 반은 자리 바꾸기를 합니다. 많으면 9번에서 8번 자리를 바꾸고 짝을 바꾸게 됩니다. 오늘은 10월의 시작입니다. 추석 연휴로 며칠 밀렸습니다. 연휴를 마치고 교실에 등교한 야릭은 저를 보는 눈이 다릅니다. 매우 기다렸다는 듯 저에게 눈짓을 합니다. 야릭은 아직 한국어가 익숙하지 않아서 저에게 직접 말을 못 하니 눈짓으로 말하는 것입니다.
"야릭, 선생님도 알고 있어. 오늘 자리 바꾸는 날이야. 야릭이 9월에 친구들과 떠들지 않고 수업 시간에 참여도 열심히 했다고 선생님은 생각해. 네가 원하는 자리 앉혀줄게"
"선생님 감사합니다"
다문화 친구들이 1-2교시에는 한국어 수업을 받으러 갑니다. 다문화 친구들까지 다 모이는 4교시에 자리 바꾸기를 합니다. 3교시는 영어 전담 수업이라 자리 바꾸기를 못하였습니다. 지금 4교시 기다리고 고대하던 자리 바꾸기 시간이 되었습니다.
첫 번째로 야릭이 원하는 자리를 찾아갑니다. 야릭은 역시나 다비드 옆자리로 옮겨갑니다. 같이 앉게 된 다비드도 입이 귀에 걸립니다. 두 번째는 세빈치 입니다. 다비드와 한 달 내내 앉아 주어서 세빈치가 원하던 율리아나와 짝을 지어줍니다. 율리아나도 세빈치와 앉게 되어 웃음이 가득합니다. 세 번째는 맨 뒷자리에 한 달 동안 앉아준 친구들을 배려합니다.
"맨 뒷자리 친구들 앞으로 앉고 싶은 친구 손을 들어주세요"
"선생님 괜찮습니다"
역시나 앞에 앉고 싶어 하는 친구들이 없습니다.
오늘 결석한 친구 2명은 그대로 자리를 유지합니다. 자신이 학교에 없을 때 자신의 자리를 바꾸어 버리면 다음 날 등교할 때 당황스러울 것 같아 그대로 둡니다. 주인 없는 자리를 건드리는 건 왠지 아닌 것 같아서입니다.
이렇게 저렇게 자리를 옮겨 놓으니 모든 친구들의 짝이 바뀌었습니다. 남자친구끼리 앉게 된 친구도 있고 여자 친구끼리 앉게 된 친구도 있습니다. 다문화 친구끼리 앉은 친구도 있고 말입니다. 같이 앉고 싶어 하는 친구들은 옆에 짝이 되지 않아도 가까이 앉게 되기만 해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매번 짝을 바꿀 때마다 울상이었던 친구들도 10월, 이젠 적응을 한 것인지 울 것 같은 친구는 없는 것 같아 보입니다.
다른 선생님들께서는 뽑기로 짝을 정하기도 하고 번호 순서대로 정하기도 하고 여러 가지 방법을 사용하십니다. 저도 여러 가지 사용해 보았지만 저에게는 맞지 않았습니다. 짝은 수업에 가장 효과적인 학급 운영방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이 듭니다. 조별 활동할 때도 적당히 친구들이 섞여야 활동이 진행이 됩니다. 공부 잘하는 친구, 발표 잘하는 친구, 리더십이 있는 친구, 사회성이 좋은 친구가 모두 골고루 섞여있어야 학급 운영이 진행됩니다. 다른 것들은 모두 친구들에게 양보를 할 수 있지만 짝 정하기만은 제가 친구들에게 양보를 할 수 없습니다. 저만의 학급 운영인 것이지요.
모두 짝을 정하고 야릭의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야릭은 9월 동안 친한 다비드와 수업 시간에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참았습니다. 저와 약속을 했습니다. 9월 한 달 동안 야릭이 수업 시간에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야릭이 원하는 자리에 앉혀주겠다고 말입니다. 친구들도 모두 인정을 하는지 고개를 끄덕입니다. 야릭처럼 다른 친구들도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다음 달 원하는 짝과 앉을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고 했습니다. 5명의 친구가 손을 듭니다. 5명의 친구와 약속을 했습니다. 부디 다음 달에 모두 원하는 자리에 앉기를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