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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 Oct 20. 2023

금쪽이가 등교했다


금쪽이가 지난주 화요일부터 학교를 나오지 않았다. 1교시가 시작되었는데 금쪽이가 오질 않는다. 금쪽이에게 전화를 했다. 금쪽이는 카자흐스탄 친구이기 때문에 한국어를 못하는 부모님께서는 전화를 받지 않으신다. 한국어가 조금 가능한 금쪽이도 전화를 받지 않는다. 통역 선생님께 연락을 드렸다. 부모님께 전화드려달라고 말이다. 점심시간이 되어도 연락이 되지 않았다. 금쪽이와 친한 다문화 친구에게 부탁을 했다. 친구 전화는 받을 것 같았다. 다행히 전화를 받는다. 기침이 심하다고 한다. 이렇게라도 연락이 되어서 다행이다. 



우리 학교는 다문화 친구가 40%를 차지하는 학교이다. 4년 전 다문화 친구들이 많은 학교로 옮기게 되었다. 다문화 친구들이 많은 학교에서 가장 힘든 점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연락 두절이라고 말하고 싶다. 보통학교에서는 친구가 결석을 하게 되면 선생님이 전화하기 전에 먼저 학부모님들께서 전화를 주신다. 수업이 시작되기 전에 말이다. 다문화 친구들의 부모님들은 친구가 결석을 해도 연락이 없다. 담임선생님이 말이 안 통하니 통역 선생님께 일일이 연락을 드려서 확인을 해야 한다. 각 학년에 통역 선생님이 한 분씩 계시니 통역 선생님께 연락을 해도 되는데 연락을 안 주신다. 결석하는 친구도 많지만 지각하는 친구도 정말 많다. 한 반에 3-4명은 지각을 한다. 지각하는 친구들도 일일이 전화를 해서 확인해야 한다. 한국 학교에 입학하게 되는 친구들은 꼭 입학하기 전 학부모와 함께 한국 학교 입학 교육을 받았으면 한다. 출석 관련, 교육과정 관련, 기본예절과 학교 규칙에 관한 것 들 말이다. 



금쪽이는 계속 결석을 하다가 어제 등교를 했다. 아파서 등교를 못 한다고 이야기는 들었지만 금요일도 등교를 하지 않았다. 친한 다문화 친구에게 물어보았더니 금쪽이가 수요일까지 오지 않겠다고 이야기를 했다 한다. 다시 통역 선생님께 부탁을 드렸다. 기침이 심하다고 하셨다. 다음 주 화요일 오늘도 결석이다. 이번에는 친한 다문화 친구와 같이 스피커폰으로 전화를 했다. "아직 아파요" 목소리는 좋아 보이는데 내일까지 결석한다고 한다. 



목요일 아침 금쪽이가 학교에 왔다. 아픈 것은 모두 나았다 보다. 친구와 러시아어로 수다 삼매경이다. 처음엔 금쪽이가 결석을 해도 마음이 편했다. 이번 주 강사 선생님 수업이 많았다. 도서관 수업도 있고 국악 수업도 연극 수업도 있었다. 금쪽이가 방해를 안 하니 강사 선생님들 수업 진행이 순조로웠다. 나도 신경 쓸 것이 적어 아주 편했다. 금요일부터는 금쪽이가 너무 학교를 안 오니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내가 너무 구박해서 학교에 안 오는 걸까?' '이젠 한국학교가 싫어진 걸까?' '급식 엄청 좋아하는데 왜 안 오지?' 별별 걱정이 되었다. 사람이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티가 나는 것이 맞는가 보다. 금쪽이 학교에 오면 더 신경 써서 챙겨줘야겠다.



오늘 미술시간에 독후 활동을 하였다. <접으면>이라는 책을 읽고 접어서 만들 수 있는 간단한 입체북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금쪽이의 속 마음을 그린 것 같아서 미안하기도 했다. 노란 얼굴의 금쪽이는 안경을 쓰고 있다. 안경 속의 눈동자는 화가 났는지 일자 모양이다. 치아 모양도 심상치가 않다. 접혀 있는 책을 들면 금쪽이의 빨간 긴 혀가 쓱 등장한다. ' 나 화났어요!!!!' 하는 것 같다. 말도 안 통하는 교실에서 하루에 5시간을 버텨야 하는 금쪽이의 마음 같아서 찡~했다. 금쪽이가 자신의 마음을 이렇게라도 표현해 주어서 고맙다는 생각도 들었다. 금쪽아 많이 힘들구나. 너를 어떡해야 하는지 나도 어렵구나. 우리 같이 노력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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