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이 한 달도 남지 않은 고3인 큰아들의 기분이 엉망입니다. 수능이 얼마 남지 않아 스트레스를 엄청 받아 힘들어합니다. 집 앞 스터디 카페서 공부를 하다가 아들이 저녁 먹으러 집에 옵니다. 오늘 아들 기분이 어떤지 얼굴부터 살피는 것이 저의 일과입니다.
"아들 힘들어?"
"제 표정이 어떤 것 같아요?"
항상 저에게 퀴즈를 냅니다. 표정이 어떠냐고 묻는 것은 기분이 엉망이라는 뜻이지요.
"아들 왜? 문제가 안 풀려?"
"엄마, 성적이 왜 이러죠?"
한 달 전부터 아들은 모의고사를 매일매일 풀고 있습니다. 저녁 먹으러 오기 전 항상 수학 문제를 풀고 채점을 하고 옵니다. 문제가 안 풀리는 날은 아들의 기분도 엉망이고 저도 아들의 눈치가 보입니다. 오늘은 그런 아들을 위해 시를 준비했습니다.
저녁을 먹는 아들에게 시 이야기를 해봅니다.
"아들, 엄마가 오늘 맘에 딱 드는 시를 하나 읽었어. 한번 들어볼래?"
공책에 적어둔 시를 읽어봅니다.
흔들리며 피는 꽃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었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엄마, 저 이 시 알아요. 중학교 때 선생님이 우리 반 모두 외우게 한 시예요"
"그래. 너도 들어봤어!"
"엄마, 저 이젠 괜찮아요. 요새 일부러 어려운 모의고사를 봤더니 점수가 안 나와서 기분이 다운됐었던 거예요. 오늘은 다시 점수 회복해서 기분이 좋아요"
걱정했었는데 아들이 저렇게 이야기해 주니 너무 좋았습니다.
"아들, 흔들리며 누구나 피는 거야. 조금만 더 기운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