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금 Aug 05. 2020

전화가 왔어요

학교 이야기

점심 먹고 오후 2시가 안 된 시간, 옆반 선생님이 놀란 얼굴로 저희 교실로 오셨습니다.

"나보고 도와 달라는데..."

"뭘요?"

"아빠가 엄마를 밀쳐서 지금 엄마가 다쳤어요, 선생님 너무 무서워요, 도와주세요"

 옆반 친구의 애타는 전화에 놀라서 어떻게 해야 하냐며 오신 것 이드라고요.

저도 딱히 어떻게 해야 되는지 아는 게 없어

"교감선생님께 우선 말씀드리세요" 하고 말했지요.


한 20여 년 전일이다. 더운 7월인데도 이 친구는 긴팔을 입고 학교에 왔지요.

"지호야 덥지 않아?"

"괜찮아요"

첫날은 그런가 보다 하고 넘겼는데 둘째 날 체육수업시간에 팔에 시퍼런 멍들이 보였지요. 아무래도 아버지에게 맞는 것 같더라고요.  한 달 후에도 그 친구의 팔은 멍이 또 들어있었어요. 안 되겠다 싶어서 부모님께 전화를 했지요.

"아버님 저 지호 담임입니다. 지호의 팔이 자주 멍이 들어있는 것 같아서 전화드렸습니다."

저의 전화에 아버님은 엄청 기분 나빠하시며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선생님 제자식을 제가 마음대로 키우는데 선생님이 무슨 상관입니까?. 사실 저도 어릴 때 아버지에게 맞고 컸는데 이렇게 잘 컸습니다. 아이들은 좀 맞고 커야 잘 큽니다. 상관하지 마세요"


부모님의 말씀에 더 이상 말도 못 하고 전화를 마친 기억이 있지요. 그때는 담임이지만 아동학대에 대해서 신고하면 오히려 부모님께서 더 화를 내시고 담임인 저는 이상한 사람이 되곤 했었어요.


10여 년 전 저희 반 친구가 제가 어릴 때도 입지 않았던 스타일의 운동복을 여름 내내 입고 다니더라고요. 옷에서 냄새가 난다고 친구들이 좋아하지 않았고 그래서인지 친구도 많지 않은 친구가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런 모든 것들이 아동학대에 해당되는 것인데 그때 아동학대에 너무 무지했던 것 같습니다. 


옆반 선생님은 4시가 되어서 돌아오셨습니다. 그 친구의 오빠인 5학년 담임선생님과 함께 가정방문을 다녀오셨습니다. 아빠가 폭력성이 있어서 가끔 엄마도 때리고 아이들도 때려서 같이는 안 산다고 합니다. 가끔 이렇게 찾아와서 횡포를 부리고 가신다고 합니다. 오늘도 갑자기 집에 찾아오셔서 엄마와 말다툼을 하다가 엄마를 밀치고 때렸다고 합니다. 아이들에게 폭력을 휘두르려 하다가 엄마께서 경찰에 신고를 했다고 합니다. 집에 도착하니 경찰들도 와있고 분위기가 좋지 않았는데 법적으로 접근금지를 신청하지 않는 한 아버지가 집에 못 오게 하는 방법은 없다고 합니다. 몰래 이사를 가려해도 아버지 명의의 집이라 팔 수가 없고,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아서 몰래 이사는 못 가는 상황입니다. 가정방문을 갔어도 나아지지 않는 상황이고 언제 또 아버님이 들이닥쳐서 이런 상황이 벌어질지... 걱정만 가득 안고 학교로 오셨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선생님들에게 전화를 했지만 저희가 해줄 수 있는 것들이 없어서 참 미안하고 속상할 뿐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 반 친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