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오늘은 어묵이 부족해요. 어묵이 부족해서 맛이 덜해요!"
오늘은 분식의 날입니다.
분식의 날?
눈치채셨나요?
아직 잘 모르시죠!
힌트 나갑니다.
첫 번째, 생일날도 있습니다.
두 번째, 수다날도 있습니다.
뭘까요?
오늘은 급식이 '분식의 날'이었습니다. 떡볶이며 튀김, 순대까지 아이들이 좋아하는 3종 세트가 나옵니다. 국도 어묵탕이죠.
매해 학년말 영양사 선생님께서는 설문을 받으십니다. 가장 먹고 싶은 국, 반찬을 조사하는 것이죠. 아이들은 분식을 메뉴에 넣어달라고 부탁을 드렸습니다. 센스쟁이 영양사님은 한 달에 한 번 분식의 날을 만들어 주셨습니다. 떡볶이, 순대, 튀김, 어묵탕 그리고 닭강정도 자주 급식에 나오지요.
분식의 날이면 친구들은 바빠집니다. 얼른 먹고 한 번 더 급식을 받아야 하니까요.
"뒷사람도 생각해 줘"
"많이 가져가면 안 돼"
"제발 나까지 먹을 수 있게 남겨줘"
아주 치열합니다. 자신의 순서까지 맛난 것들이 남아있지 않을까 봐 급식받자마자 줄을 서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그 친구들은 줄을 선채 밥을 먹고 있기도 하지요. 서서 밥을 먹고 있는 친구들을 보면 '친구들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 생기기도 합니다.
떡볶이 국물까지 싹싹 긁어 떠가는 모습을 보면 담임인 제가 떡볶이를 한번 해줄까 고민에 빠집니다. 전 학교에서는 아주 커다란 냄비와 재료를 준비해서 떡볶이를 해주곤 했답니다.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학교에서 모든 것들이 금지되어서 해 줄 엄두가 나지 않았었지요. 올해는 여름방학이 되기 전에 한번 끓여서 같이 먹어야겠네요.
'생일날'은 한 달에 한 번 있는 생일 상입니다. 생일인 친구들을 위해 미역국, 잡채, 불고기가 메뉴로 나옵니다. 저희 학교는 다문화 친구들도 반에 8명씩 되어서 생일상 자체가 교육프로그램입니다. 좋은 문화체험이 되는 것이지요. 다문화 친구들도 잡채며 불고기를 잘 먹습니다. 참 다문화 친구들은 물에 빠진 고기를 좋아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미역국도 그렇고 삼계탕도 인기가 없거든요.
'수다날'은 들어보셨나요? 수다날은 줄임말입니다. '수요일은 다 먹는 날'을 줄여서 수다날이라고 합니다. 일주일에 한 번 잔반이 없는 날을 교육하고 있습니다. 수다날도 잔반이 많이 나오긴 합니다. 먹을 만큼만 받아 가자고 매번 약속을 하지만 잔반이 꼭 생기게 되더라고요. 잔반이 나오더라도 수요일은 다 먹는 날입니다.
저에게 분식하면 떠오르는 것이 순대입니다. 엄마는 가끔 저를 데리고 시장에 가서 순대를 사주셨습니다. 순대와 간을 사주셨는데 저는 순대만 먹었지요. 간은 너무 퍽퍽해서 씹히지가 않았거든요. 아마도 엄마가 순대를 드시고 싶어 저를 데리고 시장에 가셨던 것 같아요.
어릴 때부터 엄마를 따라 순대를 먹어서 그런지 저도 순대를 좋아합니다. 제가 입덧으로 고생을 할 때도 순대가 당기더라고요. 저의 아들도 "먹고 싶은 것 있어?" 하고 물으면 "순대가 먹고 싶어요" 말을 한답니다. 태어나기도 전부터 먹었던 순대를 기억하는 것이겠죠!
오늘은 분식의 날입니다.
떡볶이와 튀김은 저희 반 친구들에게 양보를 하고 저는 순대만 많이 먹습니다.
저도 분식의 날을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