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뜸 효율 환급받으라는데

일상

by 지금

10년 넘게 사용하던 밥솥을 바꾸기로 했다.

정말 항상 옆에서 아침저녁으로 나를 많이도 도와주었던 친구인데 이젠 바꾸려니 조금 아쉬웠지만 남편이 밥에서 냄새가 난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바꾸기로 했다. 대부분 어디가 고장이 나야 버릴 생각을 하는데 과감히 밥솥을 사러 갔다.


이것저것 둘러보다 10인용 쿠쿠로 결정을 했다. 다행히 우리가 결정한 밥솥이 1등급이라 으뜸 효율 환급도 가능하다 하니 일석이조가 아니겠는가


집에 와서 으뜸 효율 사이트를 검색해서 차례대로 입력을 했다. 생각보다 입력해야 하는 것들이 너무 많다. 밥솥의 영수증뿐 아니라 개인 주소, 전화번호와 함께 밥솥의 1등급 사진, 제조번호, 거래내역서 등 머리가 복잡 복잡...

영수증은 받았지만 거래내역서는 뭐지?. 밥솥을 사면서 영수증 외에 받은 것이 없는데 거래내역서라니?

그냥 거래내역서 입력하는 곳에도 영수증 사진을 입력했다. 받은 게 이것밖에 없으니 말이다.

며칠 있다가 문자가 왔다.


거래내역서 또는 영수증 누락

거래명세서 누락으로 보완 바랍니다.

서류보완 및 수정기간은 문자 수신 후 14일이며 기간 내에 보완하지 않을 시 신청 내역은 무효처리됩니다.


거래내역서가 꼭 필요하고 14일 이내 보완하지 않으면 그냥 땡!!!이라는 내용이다.

뭐야 판매하는 곳에서도 거래내역서가 필요하다는 내용은 못 들었고 으뜸 효율 환급 광고에서도 서류를 준비하라고 들은 적이 없는데 그럼 또 전화해서 물어봐야 하나?

귀찮았지만 전화기를 들었다. 어찌 되었든 환급을 받기로 마음먹었으니 말이다.

10분을 계속 전화기를 들고 있었지만 상담원과 상담을 할 수는 없었다. 대기자가 많은 건지 나는 통화가 안되니... 슬슬 짜증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다시 으뜸 효율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다시 수정 사진을 보냈지만 다시금 문자만 왔다. 거래내역서로 수정해달라고...


'환급은 안 받아도 돼'생각하고 며칠 잊고 지내다가 나라도 이러면 안 될 것 같아 다시 전화기를 들었다. 5분은 기다리다 드디어 상담사와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다.


"상담사님이 그러신 건 아닌데요. 저는 밥솥을 구입할 때도 거래내역서를 받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못 들었습니다. 미리 안내가 되어있어야 하는 것 아니었을까요?"

"고객님 정말 죄송합니다."

"영수증이 있는데 구매 내용을 또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을까요?"

"고객님 저희는 거래내역서가 준비가 되어야 환급이 가능합니다. 귀찮으시더라도 구매 한 곳에 전화를 하시어 꼭 받으셔서 다시 수정해주시기 바랍니다."

"상담사님 저 말고 이런 내용으로 상담하신 분 많았죠?. 제도가 불편하게 되어있으면 개편을 해야 되는 것 아닐까요?. 영수증만 있으면 됐지... 그리고 14일 기간이 지나면 무효처리된다는 협박성 멘트도 너무 한 거 아니에요"

"고객님 제가 건의를 해보겠습니다. 오늘 중으로 다시 고객님께 연락드리겠습니다."


친절한 상담사분이라 만나 나의 의견을 잘 들어주셨지만 내가 제도를 바꿀 수는 없고 어쩔 수 없으니 구매한 곳에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자마자 "구매 내역서 때문에 전화하셨죠?" 친절하게 대응을 해주셨다.

구매 내역서를 전화기로 받고 다시 으뜸 효율 사이트에 들어가서 수정해서 올렸다.


퇴근하며 운전 중인데 아까 상담해주신 상담사분께서 전화를 해주셨다. 자기도 어쩔 수 없고 건의는 했다고...


내가 상담사분께 갑질을 하면 안 된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전화통화도 잘 안되고, 연결이 되어도 바로 수정이 가능하지 않고 40대인 나에게도 복잡하고 어려운 일인데 나보다 연세가 많으신 60대 이상된 분들은 환급받기도 쉽지 않으시겠다는 생각이 든다.

뭐든지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하는데 오히려 도움을 준다고 만든 제도가 너무 힘들게 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 같다. 문제는 항상 있을 수밖에 없는데 그렇게 느꼈을 때 손쉽게 바꿀 수 있는 그런 제도가 정말 좋은 제도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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