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기억력이 굉장히 좋다고 생각했는데
신기하게도 고등학교의 기억이 거의 없다.
그나마 내가 가지고 있는 기억도 몇 안 되는 친구들에게 물어물어 기억하는 정도이다.
왜 그럴까?
생각도 해보았는데
결론은 요즘 다 아는 우울증이지 않았을까라고 결론을 내렸다.
지금 생각해도 고등학교 때는 사춘기를 깊이 앓았던 것인지 재미가 하나도 없었고 친구들과의 특별한 기억도 별로 없다. 아마도 원인은 소위 말하는 "유학" 때문이지 않았을까 생각을 한다.
중학교 이후로 처음 부모님을 떠나 언니와 둘이 자취를 하며 고등학교를 다녔다.
부모님을 떠나 남의 집에 방을 얻어 생활한다는 것이 뿌리가 없는 식물처럼 계속 불안했던 것 같다. 내 집이 아닌 곳에서 눈치를 보며 생활하는 것들이 너무 힘들었던 것 같다. 물론 내가 좋아하는 언니도 있었지만 내가 자잘한 것을 내색하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공부에 힘든 언니에게 나의 힘듦을 이야기하지 못했다.
이 책의 주인공 천지도 나와 비슷한 면이 많아 보인다. 나뿐만 아니라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친구들이 그렇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기도 한다.
"괜찮아"
괜찮지 않은데 괜찮다고 말하는 우리들 말이다.
김려령 작가는 멀~리서
책을 아무렇지 않게 써 내려가는 것이 매력인 것 같다.
보태지도 않고 더 넣지도 않고 그냥 보여준다.
"내일을 준비하던 천지가, 오늘 죽었다."
김려령 작가의 말이다.
어른이 되어보니 세상은 생각했던 것처럼 화려하고 근사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내게 주어진 생보다 미리 세상을 버렸다면 보지 못했을, 소소한 기쁨을 품고 있었습니다.
혹시 내 어렸을 적 같은 아픔을 지금 품고 있는 분이 계시다면, 뜨겁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미리 생을 내려놓지 말라고,
생명을 다할 때까지 살라고,
그리고 진심을 담아 안부를 묻습니다..
"잘 지내고 계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