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득이는 읽으면서 계속 웃게 되는 소설이다. 그런데 한창 웃다 보면 이 웃긴 상황이 한없이 애잔해지는 소설이기도 하다.
소설가는 천재이지 싶다. 그렇지 않으면 한없이 우울한 이야기들을 가지고 이렇게 날 웃길 수가 없다.
완득이는 우리 사회의 최악의 이야기들의 종합 선물세트이다.
장애인(난쟁이) 아버지와 외국인(베트남)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소위 다문화 가정 친구이고 아빠와 같이 카바레에서 춤추는 삼촌은 말더듬이 삼촌이다. 엄마는 어릴 때 집을 떠나고 아버지는 완득이를 혼자 남겨놓고 돈 벌러 나가 가끔 집에 들르고 완득이는 혼자 알아서 크는 아이이다.
싸움으로 지는 법이 없는 완득이가 드디어 맘을 붙이고 킥복싱을 배우러 다녀보지만 관장님도 체육관을 닫고 멀리 떠나게 되고... 온통 주위가 다 슬픈 이야기뿐이다.
그런데 너무 기발하고 재미있다.
첫 번째 완득이가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되었을 때의 이야기이다.
"정황상 난 가출을 해야 했다. 출생의 비밀을 알았습니다. 잠시 혼자 있고 싶어 떠납니다.라고 쓴 쪽지만 남겨놓고 떠나야 했다. 그런데 아버지와 어머니라는 사람들이 먼저 떠나버렸다. 잘못하면 가출하고 돌아와 내가 쓴 쪽지를 내가 읽게 될 확률이 높았다. 어떻게 된 집이 가출마저 원천 봉쇄해 놓았는지, 돌아다니다 돌아다니다 혼자 있고 싶어서 온 곳이 결국 집이었다."
두 번째 미술시간의 이야기이다.
"저 그림 보니까 어때요, 얘기해 봐요"
미술 선생님은 시청각 자료를 가리켰다. 텔레비전에 나온 그림 아래에 '밀레-이삭 줍기'라고 쓰여 있었다. 어딘가에서 자주 보던 그림이다.
"뭘 봐? 하는 것 같은데요"
"뭐?"
"구부정하게 서있는 저 아줌마요, 뭘 봐? 하는 거 같다고요"
모델 입장은 뭐고 노동의 가치는 또 뭐야. 저 그림을 잘 봐라, 세 명중에 우두머리로 보이는 구부정하게 서 있는 아줌마, 싸움 좀 해본 사람이 확실하다 지푸라기를 슬쩍 들고, 나머지 손은 좌악 펴 손가락 뼈를 맞춘 뒤 주먹쥐기 일보 직전이다. 등과 가슴을 상대에게 보이지 않으면서 측면 공격을 할 수 있는 저 낮은 자세도 수준급이다. 앞에 두 여자 역시 마찬가지다. 두 여자는 지푸라기를 등 뒤에 숨기고 있다. 아차 싶으면 지푸라기를 던져 상대의 시야를 가리고 곧게 들어가겠다는 의지가 보인다. 우두머리 바로 옆 여자의 주먹의 크기는 상당하다. 저 안에 돌을 쥐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치사해도 상관없다. 싸움은 일단 이기고 봐야 하는 것이다.
주인공 완득이는 슬픈 이야기뿐 아니라 완득이의 미래에 대한 고민과 여자 친구와의 이야기 등 우리가 주위에서 흔하게 접하는 여러 이야기가 혼합되어 있으면서도 부담스럽지 않게 술술 읽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