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가 여섯 살 때 일이었지요. 남편은 세계 곳곳을 출장 다니라 주중에는 항상 저 혼자 육아를 전담하고 있었지요. 그날도 부랴부랴 저녁밥을 먹이고 애들 침대에서 큰 놈과 작은놈까지 모여 뒹굴뒹굴 쉬고 있었습니다.
"엄마"
작은놈이 갑자기 저를 부르더라고요.
"왜"
"엄마, 저 좀 보세요"
작은 녀석을 보니 콧구멍에 손가락을 넣고 있었어요. 저 녀석이 코를 파고 있나?. 별 의심 없이 그런가 보다 했지요.
"엄마"
"왜"
"엄마, 여길 보세요"
또 부르니 안 볼 수가 없지요.
"왜"
"엄마 제 콧구멍 좀 자세히 보세요"
콧구멍을 들여다보았지요. 뭔가 파란 것이 보이더라고요.
"너 무얼 넣은 거야?"
"히히"
"뭐야?"
" 히히"
" 뭘 넣었어, 빨리 말해"
"히히"
"빨리 말해봐"
"이거 넣었어요. 재미있죠?"
순간 깜짝 놀랐습니다. 호기심이 많기도 한 우리 둘째는 정말 아무 생각 없이 무엇이든 그냥 하는 성격입니다.
" 그걸 왜 넣었어?"
"잘 들어가나 해서요"
둘째 얼굴을 한 손으로 잡고 콧구멍을 자세히 보았습니다. 아이클레이가 들어 있더라구요. 손으로 조물조물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는 둘째를 위해 매번 대용량으로 사주는 아이클레이가 콧구멍 속에 들어있다니?.
둘째 콧속으로 손가락을 넣어 봅니다. 손가락은 너무 두꺼워서 안 들어갑니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하지?
콧구멍이 작아서 잘 보이지도 않습니다. 휴대폰 플래시를 켜고 젓가락을 밀어 넣었더니 어머 아이클레이가 속으로 더 들어가 버렸습니다. 콧구멍이 너무 작아서 어떻게 할 수가 없네. 지금은 동네 병원도 모두 문을 닫았는데...
집에는 어른은 저밖에 없는데 어떻게 하지?. 매번 필요할 때 남편은 없네요.
두 놈 다 얼른 옷을 입히고 동네 응급실로 향했습니다. 동네 응급실에 가니 주차할 곳이 없습니다. 마음이 바빠집니다.
빨리 접수를 해야 하는데 주차도 못하고, 출장 간 남편이 너무 원망스럽네요. 주차장을 돌다가 가까스로 한 자릴 차지할 수 있었습니다. 응급실 접수를 했지요. 맘은 급한데 응급실 의사 만나기는 쉽지가 않고 30여 분을 기다려서 드디어 차례입니다.
"선생님, 우리 애가 콧속에 아이클레이를 집어넣었는데 빠지지가 않아요. 어떻게 하죠?"
"어머님, 이 병원은 소아과 응급의사가 없습니다. 소아가 의사가 있는 큰 병원으로 가세요"
의사는 이 말을 남기고 사라집니다.
이 병원 뭐야?. 30분 넘게 기다려 의사를 만났는데 저리 말하고 사라지다니. 어이가 없네요. 그럼 진작에 접수할 때 이야길 해주던가...
20여 분 거리의 대학병원 응급실로 향했습니다. 첫째와 둘째를 나란히 뒷자리에 태우고 세 살 더 많은 큰 녀석보고 작은 녀석을 잘 보고 있으라고 신신당부를 했습니다. 운전을 한참 하고 있는데 첫째가 다급하게 부릅니다.
"엄마"
" 무슨 일 있어"
" 엄마, 큰일 났어요!"
" 왜 무슨 일이야?"
" 엄마, 동생 콧속에서 파란 물이 떨어져요!"
" 뭐?"
뒤를 돌아다보았지요. 작은놈은 코를 골며 자고 있는데 정말 콧속에서 파란 물이 흐르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우리 둘째는 코까지 골며 자고 있네요. 세 살 많은 큰 녀석은 형이라고 저리 동생 걱정을 하는데 작은놈은 무사태평 자고 있네요.
"휴지로 콧물 좀 닦아줘"
아이클레이가 몸속에서 녹아서 파란 콧물이 되어 흐르고 있습니다.
대학 병원에 접수를 했습니다. 다행히 20여 분 기다려 의사를 만났지요. 선생님에게 전후 사정을 이야기했더니 막 웃으십니다.
" 어머님, 아이클레이는 독성이 없는 아이들 장난감이라 콧속에 들어가도 건강에는 해롭지 않습니다."
"제가 잘 빼드릴게요"
의사 선생님이 긴 핀셋을 들고서는 작은놈의 콧속으로 핀셋을 넣으셨습니다. 파란 물이 흐르던 그 파란 아이클레이가 핀셋 끝에서 잡혀 나옵니다.
" 어머님 걱정이 많이 되시면 내일 소아과 개인병원에서 한번 진료받아보세요. 별일 없을 거예요."
수납을 하고 집에 돌아왔습니다.
집에 돌아와 생각을 하니 처음 있는 일이라 제가 핀셋으로 직접 꺼낼 생각을 못 했었구나 하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이리 쉽게 꺼내셨는데 말입니다.
아무 일 없는 것처럼 행동하는 우리 둘째를 불러서 다시금 확인을 받았습니다. 다시는 콧속에 아무것도 넣지 않기를, 그리고 몸속에 아무것도 넣지 않기를 말입니다.
오늘 나도 놀랐지만, 놀라고도 동생을 돌봐준 우리 큰 녀석에게 정말 고마울 뿐입니다. 아빠가 없는 빈자리를 큰 녀석이 다 채워주었으니 말이지요. 큰 녀석이 든든하게 잘 커주어 고마울 따름입니다.
'둘째야 엄마 심장 떨어지겠다. 제발 생각을 하고 행동하자'
'언제 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