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을 먹고 전화를 확인했습니다.
부재중 전화가 떠 있더라고요.
둘째가 전화를 했었나 봅니다.
왜 했지?
오늘 3학년 중간고사 첫날입니다.
시험을 잘 봤나 보다!
다행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아들 이번 시험 잘 보면 네가 사고 싶은 거 사줄게!”
작년 기말고사 때 이야기입니다.
공부에 전혀 관심이 없는 아들에게 공약했습니다.
이렇게라도 해야 조금 공부를 하지 않을까 해서 말입니다.
큰 놈은 제가 묻기도 전에 시험공부 계획을 설명하는 스타일입니다. 시험 성적이 자신의 예상한 것과 달리 나오면 실망을 크게 해서 제가 뭐라 한마디도 할 수 없는 분위기를 만듭니다. 그래서 잔소리를 할 기회가 없는 아이지요.
그러나 작은놈은 공부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어느 집 아들들이나 마찬가지로 게임을 좋아합니다.
이런 녀석이라 공부와는 친하지도 않고 공부하는 방법도 잘 모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녀석을 어떻게 공부와 친하게 만드나? 가 고민 1순위입니다.
저의 아들들이 중학교 때 자신에 맞는 공부하는 방법을 익혀놓고, 고등학교 가서는 가장 효율적으로 공부해야 한다는 것이 엄마인 저의 공부 계획입니다.
둘째는 공부를 해봐야 공부하는 방법을 익힐 터인데, 공부를 할 마음이 없으니 언제쯤 공부의 방법을 익힐 수가 있을까? 앞이 캄캄할 뿐입니다.
이런 둘째가 작년 기말고사를 생각보다 잘 봤더라고요. 너무 놀라고 기뻤습니다.
국어도 90점이고, 수학도 60점에서 85점을 맞았다고 합니다. 어떻게 20점 이상 점수가 향상되었는지 놀라울 따름이었지요. 전 과목 평균이 85점은 된다고 하더라고요.
너무 기분이 좋더라고요.
‘우리 둘째도 하면 되는구나’
“네가 사고 싶은 게 뭐야?”
“엄마 저 책상 사고 싶어요”
“정말 책상 사고 싶어?”
“네”
제가 못 사줄 게 뭐가 있겠어요. 그날 저녁을 먹자마자 아들을 데리고 가구점 거리로 출발합니다. 책상이 실용적이고 디자인도 멋지게 잘 나오더라고요.
“아들 이 디자인 어때?”
“맘에 들어요. 그런데 색깔은 다른 그것으로 했으면 좋겠어요.”
자기주장이 강한 아들이라 역시나 제가 고른 흰색보다는 자신이 고른 나무 색깔을 정하네요.
“엄마 그런데 책상만 사지 말고 책꽂이와 서랍장도 사도 돼요?”
“거울 달린 책꽂이와 5단 서랍장 좋아 보여요”
둘째는 자기가 사고 싶은 것은 눈치도 보지 않고 말하는 스타일입니다.
“그래 이번에 엄마랑 아빠가 한턱내는 거야. 사고 싶은 것 다 사줄게”
제가 예상한 가격보다 80만 원이 추가되었습니다. 이왕 사는 거 기분 좋게 사주면 좋은 거겠지요. 그달은 다른 품목에서 생활비 절약을 해야 했지요.
한 달 후 둘째의 성적표가 궁금해 물어봅니다.
“아들 성적표 나오지 않았어?”
“안 보셔도 되잖아요!”
“그래도 엄마가 한번 봐야지”
둘째는 학년이 끝나도록 성적표를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조용히 아들을 불러 물어보았습니다.
“아들, 네가 생각한 점수보다 성적이 안 나왔지?
“엄마 죄송해요”
“ 제가 일부러 거짓말한 거 아니었어요. 제가 생각한 것보다 평균이 5점은 안 나왔더라고요”
“사실 평균이 80이 안 돼요”
뭐지…. 너무 어처구니가 없더라고요. 엄마에게 거짓말을 하다니….
거짓말은 아니라고 하니까 믿어야겠지요. 점수 확인도 안 하고 그날 당장 책상을 사준 저를 원망해야겠지요.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라고 하는데 제가 제 발등을 찍었나 봅니다.
시험이 끝나자마자 전화한 우리 둘째를 보면 오늘은 특별히 시험을 잘 본 것이라 생각이 들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으려 합니다. 시험 결과를 제 손에 받아볼 때까지 말입니다.
그래도 아들에게 전화했습니다.
"아들 시험 잘 봤어. 오늘 국어랑 수학도 봤지?"
"국어랑 수학 성적이 모두 올랐어요!"
“아들 축하해”
“네가 학원 열심히 다녀서 성적이 올랐나 봐!”
사실 수학학원 다닌 건 이제 3개월 지났습니다.
뭐든지 늦은 둘째지만 3개월이라도 수학학원에 다녀주어서 고마운 둘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