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멀었나봅니다.

by 지금

"엄마 저 친구랑 영화 보고 가도 돼요?"

"그래 친구랑 보고 와. 너무 늦지 말고"

둘째가 학원을 마치고 전화를 했습니다.


용돈 체크카드 문자가 도착합니다.

다이소 5000원

편의점 5500원


영화는 안 보고 쇼핑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다이소에서 무엇을 샀나 궁금하지만 전화는 하지 않습니다.

영화관 홈페이지에 들어갔습니다. 지금 볼 수 있는 영화가 무엇이 있나 찾아보았습니다. 7시 40분인데 볼만한 영화는 모두 11시 전후로 마치는 것 밖에 없네요. 그래서 영화는 못 보고 쇼핑을 하고 있나 봅니다. 다행입니다. 늦지 않게 올 수 있어서 말입니다.


둘째가 집에 왔습니다. 너무 습하다고 에어컨을 틀자 합니다.

"아빠에게 여쭈어봐?"

찬바람을 싫어하는 저는 결정권을 남편에게 넘깁니다. 고생하고 돌아온 둘째를 위해 남편은 바로 스위치를 켭니다.

이런 센스는 배워야 하는데 순간 안됩니다. 아직 멀었나 봅니다.


"다이소에서 어떤 것 사 왔어!"

"손 선풍기 사 왔어요. 더워서요"

"그건 잘 했네"


둘째의 방에서 영상 보는 소리가 납니다. 오늘 할 일을 다하고 보면 좋은데 ...

"아들 오늘 할 일 다 못했잖아!"

"저 수행평가 준비해야 돼요"

짜증이 섞인 소리로 대답을 합니다.

"낮에 할 수 있었는데 왜 안 했어?"

저도 짜증이 섞인 소리로 응답합니다.

둘째 방문이 닫힙니다.

사실 오늘 대체공휴일이라 학교도 가지 않아 시간이 많았거든요. 그러지 않으려고 하는데 저도 순간 욱~이 올라옵니다. 아직 멀었나 봅니다.


저와 둘째는 약속한 것이 있습니다. 작년부터 미술 학원을 다녀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배우고 싶다 하는 것들이 없는 둘째라 얼른 미술학원 상담을 갔습니다. 상담을 하며 관심도 많아 바로 다니게 했지요. 작년 8월이었습니다. 열심히 좋아라 다니는 둘째가 대견스러웠습니다. 화구 물품을 다이소 쇼핑하듯 합니다. 미술을 전공할 것 같았습니다. 4월 말 둘째가 미술 학원을 그만 다니고 싶다고 이야기하더라고요. 일주일 전까지 붓이며 물감을 구입하던 둘째입니다. 욱~했지만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지요. 그 대신 약속을 하나만 하자고 했습니다. 학원비며 재료비가 많이 들어간 것을 아는 둘째라 미안한 마음이 있더라고요. 때는 이때라고 생각을 했지요.


" 아들 엄마는 네가 매일 책을 50페이지만 읽으면 학원 안 다녀도 속상한 것이 없어"

" 약속할 수 있어?"

"그럼요 제가 매일 읽을 께요"

3초도 기다림 없이 대답을 합니다. '이게 웬일인가요?'' 생각 없이 말하는 건가?' 다시금 물었죠. 1초 만에 답합니다.

"네"


이렇게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5월 2일부터 시작해서 오늘 29일까지 이틀을 미룬 것 빼고는 매일매일 읽고 적었습니다. 사실 사춘기 아들이 '싫어요'라고 했으면 그냥 없던 일이 됐을 거예요. 기특하게 지금 한 달여 동안 나름 노력하고 있는 아들입니다. 칭찬은 못하고 오늘 분량을 아직 안 했다고 저도 욱~했습니다. 저도 사춘기와 똑같은 수준으로 덜 자란 것이겠죠. 아직 어른다운 어른이 못되었나 봅니다.


방문을 두드리고 미안했다고 말해야겠지요. 갱년기 핑계를 대면서 말입니다.

"아들 엄마가 욱해서 미안했다"

아직 멀었나 봅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