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 청소를 하고 있었습니다. 창가에만 세워두었던 화분들에게 봄맞이 행사를 하고 있었지요. 화분 잎도 쳐주고, 물도 주었습니다. 화분을 쳐다보았을 뿐인데 이게 웬일이야?
행운목 한가운데서 뭔가 꽃대 같은 것이 나와 있었습니다. 그 꽃대에는 작은 물방울이 맺혀있더라고요. 이슬도 아니고 진액인가?. 생각해 보니 행운목에 대해서 아는 것이 이름뿐입니다.
행운목은 나사(NASA)에서도 인정한 공기정화 식물이라고 합니다. 백합과의 식물이며 수경재배로도 잘 크는 식물. 햇빛이 강한 그늘보다는 반그늘에서 더 잘 자란다고 합니다.
저는 식물과는 친하지 않습니다. 저희 집에 오는 식물들이 잘 자라지도 못하고 생을 마감하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행운목도 처음에 반기질 않았지요. 저절로 마지막 모습을 상상할 수가 있잖아요. 3년이나 되었습니다. 아직 잘 자라고 있어요. 코로나가 시작된 2020년에 저희 집에 왔지요. 남편이 전시회에 들어온 화분이라며 회사에 놓을 데가 없다고 데리고 온 녀석입니다. 부담이 되었지만 어쩔 수가 없이 키우게 된 녀석이었지요.
그런 행운목이 꽃대가 올라와 있어서 너무 미안하고 놀랐습니다. 내 자식이 아기를 잉태한 느낌이 이렇지 않을까요?. 아직 준비가 안 되었다고, 어리기만 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갑자기 어른이 되어 나타나면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은 그런 느낌이랄까?.
저 진액은 혹시 병에 걸려서 그런 건 아닌가 의심을 했습니다. 병은 아닙니다. 다른 분들의 꽃에서도 모두 보이는 것으로 봐선 괜찮은 것 같아 보입니다. 어떤 분의 블로그를 보면 키운 지 30년 만에 처음으로 꽃이 피었다고 하시는 분도 있습니다. 1년 만에 꽃을 피운 분도 있고요. 생태 조건에 따라 피고 지는 꽃인가 봅니다.
고3 큰아들이 학교에서 현관문을 열고 들어옵니다.
“ 아들, 우리 집에 행운목꽃이 피려나 봐. 너무 놀랍지 않아?”
“ 정말요. 처음 봐요”
“ 엄마도 처음이야. 우리 집에 온 지 3년 차인데 꽃이 피는 건 처음이야. 잘해준 것도 없는데….”
“엄마, 혹시 저 꽃이 저에게 행운을 가져다주는 것 아닐까요? 세상의 원리가 모두 저에게 맞게 흘러가고 있어요.”
아들이 너무 좋아합니다. 아들은 고3입니다. 고3이 되면서 성적이 원하는 만큼 나오지 않아 나름 힘들어하고 있었는데 행운목꽃을 보며 아들이 웃네요. 사람은 자신의 위치에서 그 의미를 부여한다 했는데, 고3인 아들은 수능 잘 보는 것이 가장 큰 행운이 되겠지요.
“ 아들, 네가 열심히 하고 있으니 하늘도 너를 도와주려 하시는 것 같아. 그 마음으로 지치지 말고 열심히 파이팅!”
꽃대가 올라온 지 열흘은 지났습니다. 꽃대의 길이가 길어지기만 했지 꽃을 피울 생각은 안 하고 있습니다. 꽃대가 조금 굵어는 졌는데, 진액은 아직 보이는데 늘어난 것은 없고... 그런데 꽃대가 조금 마른 것 같은데... 어떻게 된 일이지? 꽃이 안 피면 안 되는데 큰아들이 그렇게 좋아하는데 말입니다. 꽃이 안 피면 정말 큰 일입니다. 큰아들 올해에, 한 번에 대학 가야 하는데 말입니다.
처음에는 꽃대가 올라와서 좋았습니다. 큰아들이 대학을 잘 갈 것은 행운의 꽃이라서 더 좋았지요. 지금은 꽃대만 올라오고 꽃이 피질 않아서 걱정입니다. 대학을 못 갈까 봐 조바심도 생기네요. 의미를 부여하니 걱정이 더 커집니다. 정말 무슨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다시금 인터넷 검색을 했어요. 다들 꽃 사진만 나오지, 며칠 만에 어떻게 개화가 되는지 자세한 정보가 없어요.
다시금 천천히 생각해 봅니다.
문제가 있었나?.
요사이 꽃이 빨리 피라고 출근할 때마다 LED 등을 켜주었습니다. 빛을 많이 받고 꽃이 어서 피길 빌면서 말이죠. 자기 전에도 등을 켜주었지요. 잎새 가까이 등을 켜 놓았습니다.
이것이 문제인 걸까요?
잎새와 꽃대 사이사이를 살펴보았습니다. 가까이 등을 켜놓아서 인지 잎새도, 꽃대도 조금 말라 보입니다.
행운목꽃은 밤에 피는 꽃이라고 하는데 낮이고 밤이고 등을 켜주었는데...
이것이 행운목의 리듬을 깨뜨려서 꽃이 안 피고 말라 가는 것일까요?
우선 LED 등을 치워봅니다. 물도 듬뿍 주고 행운목이 리듬을 되찾아 꽃이 펴주기를 빌었습니다.
퇴근 후 5시 저녁을 차고 있었습니다.
‘어머 이게 무슨 냄새야?’ 아카시아 향….
‘드디어 꽃이 핀 건가?’
너무너무 반가웠습니다.
정말 핀 건가….
정말 피었습니다.
밤에만 핀다더니 가늘고 여린 하얀 꽃들이 몇 송이 피어있었습니다. 이제 시작인가 봅니다. 얼마나 다행인지요. 아들이 의미부여를 많이 했는데 드디어 너희를 만나게 되었구나.
'정말 고마워'
“ 아들 드디어 꽃이 피었어!”
“ 사실 엄마가 꽃이 안 피면 어떡하지 걱정이 많았어. 정말 기분이 좋다”
“ 이 기운 받아서 파이팅”
행운목꽃의 향기는 숨이 막힐 만큼 진합니다. 며칠 창문을 열고 잠을 청했습니다.
저 작은 꽃들의 향이 온 집안을 가득 채워 넘칩니다. 가늘고 여린 꽃들이 어찌 이리 진한 향을 퍼뜨리는지요. 일주일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꽃들은 향기로 온 집안을 채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