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인 큰아들은 모의고사를 마치고 혼자 영화를 보러 간다고 했지요.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를 영화 보는 걸로 풀고 싶어 하는 것 같아 잘 다녀오라고 했습니다. 저녁도 해결하고 온다고 합니다. 얼마 만의 저녁으로부터의 해방인지요!
"엄마, 오늘은 혼자 영화를 보러 갈 거예요"
" 치즈팝콘도 원 없이 먹을 거예요. 너무 먹고 싶었는데 먹을 수가 없었거든요""
"왜 못 먹었어?"
"여자 친구가 캐러멜 팝콘만 좋아해서요"
큰 아들은 여자친구가 있습니다. 벌써 500일이 넘었다고 합니다. 얼마 전에도 500일 기념으로 저녁을 같이 먹고 온다고 했었지요. 여자친구를 배려하는 마음이 커서 매번 먹고 싶은 팝콘도 못 먹고 엄마의 입장에선 안타까운 마음이 큽니다.
고3이 된 아들은 집에서 저녁을 먹고 독서실에 갑니다. 6시 넘어 독서실로 갑니다. 저녁 6시가 넘으면 저에게 자유의 시간이 찾아옵니다. 집밥을 좋아하는 아들을 위해 저녁을 매번 차린다는 것이 부담이 되긴 하지만 저녁 6시가 넘으면 자유로우니 이것도 좋은 것 중 하나입니다.
아들이 고3이라 시간이 자유로우니 좋은 점이 많아집니다. 이 시간들을 이렇게 보내고 있지요.
첫째, 운동을 합니다. 주로 걷기를 합니다. 걷다 보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처음에는 음악을 들으며 땀이 나도록 걸었습니다. 걷기를 점점하다 보니 오히려 음악 없이 걷는 것이 더 좋아지기 시작하더라고요. 요즘은 그냥 걷기만 합니다. 잡념이 없어집니다. 에너지도 더 생기는 듯합니다. 더 건강해지는 신호이겠지요.
둘째, 책을 읽습니다. 독서, 글쓰기, 자기 계발, 에세이, 경제 서적까지 궁금한 것들에 대해서 읽고 있습니다. 하루에 2~3시간은 책을 읽고 메모하는 시간으로 보내고 있습니다. 집안일을 정리하고 저녁 8시에 책상에 앉으면 큰아들이 집에 오는 11시까지 쭉 앉아 있게 되더라고요. 아들이 고3이라 저도 공부하게 됩니다. 책은 읽으면 읽을수록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읽고 싶은 책의 목록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독서 욕심이 읽는 속도보다 크기가 커지고 있습니다. 책의 무게에 눌려 살면 안 되는 데 말입니다.
셋째. 둘째 아들과 이야기를 더 많이 나누고 있습니다. 고3 아들이 공부하며 시간을 보내는 동안 저는 둘째 아들에게 더 관심을 가져 줄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매번 큰 아들 위주로 굴러가던 대화도 이젠 둘째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된 것이지요. 주인공이 둘째가 된 것이지요. 둘째가 용돈을 어디에 많이 쓰고 있는지, 게임은 누구와 하는지, 사춘기가 조금 수그러든 둘째가 거실에 나와 저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그렇게 낯설고 이쁜 거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