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방학 동안 취미로 불편한 편의점을 읽기 시작했어요. 술술 읽히는 것이 오래간만에 시원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 내가 이런 사람이었지!'
안개가 걷히며 햇살 한 줌이 저를 비추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 나 이런 사람이었어!'
신규교사일 때입니다. 제가 지나 만 가도 선생님들께서
"에너지가 넘쳐!"
더 열심히 하라는 뜻이었겠지만 에너자이저라고 말씀들을 해주셨었어요. 저는 에너지가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에너지가 많았었는데 왜 사라졌을까요?'
'어디로 갔을까요?'
요사이 저희 화두였습니다. 왜 사라졌을까? 분명 원인과 결과가 있잖아요.
왜?, 어디로?
저희 에너지는 결혼하며 사라져 갔던 거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결혼을 정말 잘못했나 보다, 이상한 사람과 결혼했나?라고 물어보실 수도 있겠지요.
원인은 저에게 있었던 것이죠.
저는 결혼을 하면... 이래야 한다. 이런 선입견을 가지고 살았었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말엔 약속을 잡으면 안 되지'
왜? 가족과 보내야 하니까.
'주말마다 부모님을 뵈어야지'
왜? 부모님께 효도해야 하니까.
'아들들에겐 이렇게 해야 해'
왜 잘 키워야 하니까.
이렇게 생각하면서 저를 제가 괴롭히며 살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없어졌던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제가 있어야 저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저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이잖아요. 제가 없고 저를 둘러싼 것들이 저를 끌고 가니 제가 사라지고 안 보였던 것이 아닐까 결론이 나더라고요.
멋진 부인도 되고 싶었고, 멋진 딸도, 멋진 며느리도 되고 싶었습니다. 멋진 엄마가 되어 멋진 아들들로 키우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사라지는 것이 점점 느껴졌었는데 무시하고 살아온 거였겠죠. 올해 점점 가슴이 비는 느낌에 울적해지는 듯했어요. 그래서 책도 붙잡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우연히 읽게 된 책이 저를 다시 제 모습을 찾아갈 수 있는 시발점이 되어주었다 생각이 듭니다.
불편한 편의점을 읽으니 따뜻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두 번째 책도 궁금해졌습니다. 편의점 사장님은 어떻게 되셨는지? 편의점 사장님의 망나니 아들은 철이 들었는지도 궁금하고요. 그렇게 두 번째 책도 읽었습니다. 책을 읽다 보니 다른 사람들은 어떤 책을 읽고 있는지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넷 서점에서 베스트 도서도 찾아보고 서평도 읽었습니다. 서평을 읽다 보니 블로그의 글들도 읽게 되었습니다. 블로그를 읽게 되며 다들 이렇게 열심히 살고 계시는구나! 하고 놀랐습니다.
'그래 나도 이렇게 해봐야겠어' 욕심이 생겼습니다. 욕심은 열정이 있어야 생기는 거잖아요. 열정이 생기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나도 이런 사람이었지. 다시금 용기도 생겼습니다.
몇 년 전에 만들어 놓았던 블로그가 있었습니다. 다시 글을 미약하나마 쓰기 시작했습니다. 여러분들이 추천하는 자기 계발서도 찾아 읽고 요사인 인문학 책도 읽기 시작했습니다. 마케팅 책도 처음으로 읽어보았습니다. 모든 것이 신기합니다.
작년보다 몸은 더 약해지는 듯했는데 이상하게 몸은 덜 지친다 생각이 듭니다. 어제 옆반 선생님께서 말씀하시더라고요.
"선생님, 작년보다 얼굴이 더 좋아지신 것 같아요"
깜짝 놀랐습니다. 내 얼굴에 나의 열정이 보이나 봅니다.
책을 읽으며 조금 더 똑똑해지는 것 같습니다. 세상을 하나씩 하나씩 더 알아가니까요. 똑똑해짐과 함께 저를 찾아가는 것 같습니다. 저에 대해 하나씩 하나씩 더 알아가게 되니까요. 이렇게 시간을 채워나가다 보면 저를 온전히 찾을 날이 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제 인생 2 막을 이렇게 찾아가면 되는 것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