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회사에서 너무 힘들고 스트레스를 받았다.
아니, 받는 중이다.
기존에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얼마 전에 끝난 프로젝트가 좀비처럼 살아나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시달리는
중.
온갖 팀들의 요청사항과 이해관계 중간에 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두부틀에 꽉 눌려있는 상태라고나 할까.
정말 숨도 제대로 못 쉬고 일하는 것 같다.
어제는 오전 내내 보고서를 쓰다가 점심도 못 먹고 에너지바 하나 물고 부랴부랴 오후 워크숍과 저녁 회식 참여.
오늘은 화장실 갈 틈도 없이 하루종일 보고서 수정, 실장 보고, 또 보고서 수정, 또 보고, 센터장 회의까지 릴레이.
그 와중에 여기저기에서 오는 요청과 문의 전화, 메일 등등.
오늘은 무조건 야근각이었지만 이번주는 딱 오늘 하루만 요가 수업 예약했기 때문에 일단 퇴근을 감행했다.
덕분에 퇴근하는 버스 안에서도 계속 팀즈 미팅을 해야만 했지만.
집에 돌아오니 literally 떡실신 상태였다.
일도 계속 신경 쓰이고 이런 기분으로는 요가고 뭐고 제대로 될 것 같지 않아서 그냥 수업을 째버릴까 몇 번이나 고민하다가 남은 에너지를 끌어모아 주섬주섬 옷을 갈아입고 털레털레 집을 나섰다.
요가 수업을 시작하고도 머릿속에 계속 일 생각에
걱정만 가득했다.
그런데 워밍업을 한 차례하고 나니,
‘아, 내가 요 며칠 숨 한 번 제대로 못 쉬고 있었구나.’
라고 생각될 만큼 깊은 호흡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
그리고 머리끝부터 발 끝까지 존재하는 모든 숨구멍으로 땀을 쏟아내고 나니 쌓였던 걱정이 땀과 함께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그래, 내가 지금 당장 더 일 고민을 한들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내일 출근해서 생각하자.‘
라는 생각과 다소 기분이 홀가분해졌다.
분명히 수업에 오기 전에는 집 거실 바닥에 퇴근한 상태 그대로 옷도 안 갈아입고 널브러져 있었는데, 막상 요가를 하니 점점 에너지가 차오르고 살 것 같은 이 기분!
역시, 이 맛에 요가하지.
오늘 요가는 마치 과음한 다음날 하루종일 쓰러져있다가 첫 끼로 먹는, 속 시원한 곰탕 한 그릇 같은 맛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