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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민 Dec 19. 2023

어떻게 좋은 어른이 될 것인가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된다'를 읽고



좋은 어른,
손웅정 감독님


19일 아침 5시에 일어나서 책을 한 권 집어 들었다. 출근 전, 많은 감명을 받은 나는 퇴근하고 운동을 마친 다음 이 책을 다 읽었다. 하루만에 책 한 권에 마음이 움직여서 읽은 것은 오랜만이었다.


내가 읽은 책은 손웅정 감독님의 철학이 담긴 에세이,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는 책이었다. 손웅정 감독님은 본인께서도 이전에 선수 생활을 하셨지만, 지금은 많은 사람들에게 축구 국가대표 손흥민 선수의 아버지로도 많이 알려져 있다. 특히, 직접 교육을 하면서 손흥민 선수를 키워냈다는 점 때문에, 훌륭한 아버지이자 지도자로도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계신다.


유퀴즈온더블럭 캡처 (출처 - tvn D ENT)


에세이를 읽은 것은 오랜만이다. 문학이나 에세이처럼 누군가의 생각과 철학, 가치관을 읽으면서 오롯이 그 사람에게 매력을 느끼게 된 것은 오랜만인 것 같다. 운동 지도자도, 아버지도 아닌 내가 이 책을 구매했던 이유는, 점점 나이가 들수록 좋은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커지기 때문이다.


좋은 어른에 대해 사람마다 정의하는 방식이 다르겠지만, 나는 그 사람의 삶의 태도나 가치관을 닮고 싶은 어른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모두가 선망하는 직업과 엄청난 재산을 갖고 있더라도, 그 사람이 좋은 사람이냐와는 별개가 된다. 반면, 소득이나 직업은 평범할지라도, 누군가의 삶에 감동을 주고, 긍정적인 자극을 주는 사람이 있다면 보통 그런 사람을 좋은 어른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손웅정 감독님은 정말 좋은 어른이라고 생각했다. 미디어에 나타난 인터뷰나 이야기를 보면, 되게 겸손하고 절제해서 말씀하시지만 그 안의 품격이라는 것이 고스란히 느껴질 때가 많았다. 그래서 당장 자식을 낳거나, 손흥민 선수처럼 키우고 싶다는 욕망은 없음에도 손웅정 감독님에게 매력을 느껴서 이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손웅정 감독님이 가지신 평소의 생각을 성찰, 행복 등 일곱 가지 주제로 나눠서 이야기한다. 이 중에서 가장 깊은 인상을 받았던 것은 기본, 철학 그리고 감사와 겸손 파트였다.




기본, 철학 그리고
감사와 겸손


손웅정 감독님은 손흥민 선수에게 철저하게 기본을 훈련시키셨다. 무리해서 시작단계부터 슈팅을 훈련하거나 하는 것이 아닌, 볼 컨트롤, 양발 활용 등 기본기를 갈고닦는데 거의 7년 가까이 투자하셨다. 보통 6개월 정도 기본기를 훈련시킨 다음에, 슈팅 등 훈련을 하면서 경기에 내보낸다 했을 때, 남들에 비해 14배 정도 늦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기본을 갈고닦으면, 이후에 배우는 슈팅이나 다른 동작은 더 빠르고 잘 배울 수 있기에 효율적이라고 한다. 더 나아가, 어린 나이에 무리해서 슈팅 훈련을 하면, 부상을 당할 수도 있는데 기본을 익히고 몸을 만들어 놓은 상태에서는 그런 위험이 훨씬 줄어든다는 것도 하나의 이유였다.


하지만 우리 주위의 100명한테 물었을 때 기본이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기본이 중요한 것은 알지만, 우리가 기본에 많은 시간을 쏟지 못하는 이유는 조급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약간의 기본기에 적당한 스킬을 얹은 다른 사람들은 훨씬 더 앞서가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늘 본인의 현재가 늦은 시점이라고 생각하는 마인드도 한몫하는 것 같다.


나 반성할 부분이 많다. 예를 들면, 데이터 분석을 공부할 때, 정말 탄탄하게 기초를 다지지 못했음에도 필요한 분석작업을 위해 라이브러리와 결과물을 활용하는 법 정도만 배우고 넘어갔던 것들도 있었다. 또는 항상 입으로는 '투자는 자신의 철학과 신념이 중요해'라고 말하면서도, 최근 우리 회사 주식을 사서 3~4배 이상 번 사람들을 보면서, '실적이나 비전 같은 거 보지 말고, 차트를 보고 해야 하나' 같은 생각을 하기도 했다. 모두 마음이 급해서 벌어진 일들이다.


이런 조급함은 필연적으로 잘못된 의사결정을 가져온다. 우리가 조급함을 갖지 않고, 내가 원하는 삶을 만들어가기 위해 필요한 것이 철학이다. 철학을 만들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생각의 자양분을 계속 주는 것들이다. 실제 손웅정 감독님은 정말 많은 독서를 하고, 이 중 좋은 문구나 영감을 주는 문장들은 손흥민 선수에게 따로 들려주셨다고 한다.


우리에게 자신만의 철학이 필요한 이유는 이런 극단의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다. 예를 들면, 이미 유튜브의 알고리즘 등으로 특정 정치적 성향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해당 진영과 관련한 콘텐츠가 주로 노출되면서 사람의 생각이 극단으로 치우친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또한 행복, 건강과 다른 금전적인 가치 같은 주제에 대해서도 쉽게 유혹해 흔들리거나, 항상 이런저런 노이즈에 신경을 빼앗기게 된다.


따라서 좋은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극단으로 치닫는 세상 속에서도, 자신만의 일관된 철학이 필요하다. 다만, 일관된 철학이 남의 말을 듣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경험이나 독서와 같은 끊임없는 공부를 통해서, 외부의 자극에 물드는 것이 아니라, 이를 포용한 자신만의 기준을 만들어가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런 기본과 철학을 잘 쌓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겸손과 감사다. 기본도 철저하고, 자신만의 철학이 강한 사람일지라도, 성공을 하거나 남들보다 좋은 위치에 섰을 때 무너지는 경우가 많다. 누구에게나 위기도 찾아올 수 있고, 누구에게나 운이 찾아올 수 있다. 그렇기에 내가 지금 얻은 성공에 대해서도 항상 겸손하고 또 감사하는 마음으로 세상을 대하도록 해야 한다. 진실되게 감사하고 겸손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과 비교할 때, 최소한 적을 많이 만들지는 않는다.




끝으로


2023년을 마무리하는 시점이라 이 책을 많은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연말을 마무리하면서, 우리는 스스로에 대한 평가를 해보게 될 것이다. 자신이 기대한 것 이상의 성취를 거둔 사람은 자칫 오만해질 수 있으며, 반대로 자신이 기대한 것보다 못한 성취를 거둔 사람은 급해질 수 있다. 그렇기에 오만해지거나, 조급해지는 마음을 조금이나마 긍정적인 에너지로 전환해 볼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이 책을 권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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