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 속의 타임캡슐」 두 번째
안녕? 다음 주에나 다시 보기로 했던 꼭두가 또 왔어.
내 길동무 이 친구가 연재를 더 늘리고 싶다고 타령을 하더니 사고를 쳤거든. 북 2부와 3부를 마치려면 최소 100화가 필요한데, 지금처럼 주 3화씩 쓰면 8개월이 넘게 걸린다나? 주 5화씩 쓰겠다 하고 난 말리고.
'내가 버틸 수 있겠냐고... 그럼 한 개라도 더.' 하며 중얼거리더니, 오늘 3부에 글을 올리고 나서는 교만한 표정으로 그러더라.
"다음 주부터 주 4화씩이야. 조금 전 변경했어. 연재 요일도 바꿨지. 3부는 토요일에서 금요일로. 2부는 화요일과 금요일에서 화요일 수요일 토요일로. 연재에 필요한 기간이 8개월에서 6개월로 줄었단다. 후후."
친절하고 엄격하신 브런치님께서 즉시 안내하신다.
"『그의 날들』 4화가 곧 발행될 예정입니다. 2025년 12월 13일 토요일 예정!"
어머, 이번 주 토요일이 아직 안 지났네요. 얘 바보 맞지?
"저런, 이번 주가 아직 남았군요. 자, 한 개 더 올리시죠, 바보님. 하하하하."
그래서 오늘도 소소한 시간여행을 할까 해.
서랍을 뒤져, 그의 타임캡슐 속에 들어갈 또 한 장의 편지를 찾았거든.
이번엔 아빠에게 보낸 편지가 아니고, 친구에게 보낸 편지야. 어른이 된 그가 국민학교 시절 친구를 기억하며 그 친구에게 보낸 편지.
오늘도 꼭두는 그저 우편배달부야. 이 편지에도 새삼 내가 묻거나 더할 말은 없어서.
아, 소감만 미리 한마디 보태놓을게. 이 친구, 좋게 말하면 타인에 대한 관심이나 배려가 헤픈 오지랖의 기질이 어릴 적부터 보이네. 역사가 제법 길구먼.
들기름
국민학교 친구였죠.
그 친구 몸에는 늘 고소한 냄새가 묻어 있었어요.
전통시장에 들어서면 익숙하게 시작되는 냄새 있잖아요.
냄새를 쫓아 걷다 보면 만나는... 기름집이라고 해야 하나, 방앗간이라고 해야 하나, 참기름도 짜 주고 고춧가루도 빻아 주고 하는 가게에서 나는 냄새.
바로 그 냄새를 몸에 잔뜩 묻히고 다니던 친구.
가장 강했던 향은 들기름 향이었어요. 그때의 친구들이 지금의 나이라면 고소함이나 깊은 맛을 상상했을지도 모르지만, 모든 친구가 그 아이를 멀리했어요.
이상한 냄새가 나는 친구라면서, 아무도 그 아이 옆에 오려 하지 않았죠. 요즘 말로 하면 왕따가 됐던 거예요.
짝
한 달마다 자리 배치를 바꾸는 게 우리 반의 규칙이었는데, 어느 날 그 친구가 제 짝이 됐죠.
정말 향이 강하더군요.
그런데 그 아이는... 이미 익숙해진 스스로의 냄새는 못 맡지만, 자신의 냄새 때문에 자기 옆에는 아무도 오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더라고요.
그동안 쭉 그래왔는지... 저를 많이 의식하더군요. 혹시 내가 짝을 바꿔 달라고 하지나 않을까, 걱정하는 느낌이었어요.
당시 학교 교문 앞 하교 풍경은 군것질이었습니다.
그때가 70년대 초반인데, 당시에는 어묵, 떡볶이, 순대, 튀김 같은 건 아직 없었고, 특이하게 해산물이 많았죠.
인기 1순위는 쪽쪽 빨아먹는 재미로 즐기던 다슬기. 2순위를 다투는 건 호떡과 번데기. 가장 비싸서 3순위로 밀렸지만 찍어 먹는 초장 맛이 끝내주던 멍게.
교문 앞부터 빼곡하게 줄 서 있는 좌판의 먹거리들을 삼삼오오 함께 섭렵하는 게 국민학생들의 큰 즐거움이었죠.
하지만 그 아이는 하교 시간만 되면 허둥지둥 책가방을 챙겨 혼자 도망치듯 사라지곤 했어요. 매일.
호떡
뭔가... 그 모습이 신경 쓰였던 제가, 어느 날 종례를 마치고 또 서둘러 일어서는 그 친구 소매를 붙잡았죠.
"야, 호떡 먹으러 가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저를 한참 동안 쳐다보고 있는 친구의 손을 잡고 함께 교실을 나섰습니다.
교문 앞 좌판에서 호떡을 함께 먹었어요. 어색해하는 그 아이보다, 다른 친구들이 놀란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보는 걸 느꼈지만 저는 왠지 기분이 좋더라고요.
놀라운 일은 그다음이었어요. 한사코 그 아이가 돈을 내는 거예요. 그리고... 그 군것질은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계속됐죠. 돈을 내는 건 늘 그 친구였고.
군것질
그 친구의 어머니는 시장에서 정말 바쁘게 기름집을 하시는 분이었습니다.
아이에게 신경을 많이 못 써주는 대신에, 당시로는 흔치 않게 용돈을 두둑하게 챙겨주는 것으로 위안을 삼고 있었는데, 정작 그 아이는 그 돈을 쓸 수가 없었어요.
그러다가 드디어 돈을 쓸 수 있는 곳을 만난 거죠. 바로 저.
그 친구는 그걸 무척 즐거워했고 저도 참 좋았어요. 돈 걱정 없이 매일 하교 때마다 푸짐한 군것질을 즐길 수 있었으니까요.
갑자기 추워진 이 저녁... 문득 떠오른 그리움에 그 친구에게 써 보내는 추억 한 토막이었습니다.
"친구야, 오늘도 호떡 먹으러 가지 않을래?"
뒷이야기
한 달이 지나, 그 친구는 저를 떠나 다른 아이와 짝이 됐고, 이제 아이들은 그 친구가 군것질을 잘 사주는 친구라는 걸 알게 됐어요.
멍게도 값 따지지 않고 마음껏 초장에 찍어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부유한 친구.
그 친구와 함께 군것질하는 친구들이 점점 늘어났고, 제 희소가치는 많이 떨어졌죠.
짝일 때만큼 가깝게 지내지는 못하다가 중학교에 진학하며 연락이 뜸해졌는데, 그러다 그만 연락이 끊어졌답니다.
더 슬픈 건 지금 아무리 노력해도, 그 친구의 이름이 떠오를 듯 말 듯하면서 기억이 안 난다는 거예요.
"친구야, 혹시라도 이 편지글 보게 되면 답장 좀 해주지 않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