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도 축구를 가기 위해 아이들과 차 안에서 라디오를 듣고 있었다. 언제 어디서든 라디오를 애정하는 내가 내 귀 호강을 위해 준비하는 일이다. 어디선가 함께 듣던 노래가 흘렀다. “모르겠거나 낯설고 무서울 때 매일 밤 걱정이 되고 어떡할까 고민할 때 혼이 나거나 마음이 무너질 때 누군가 미워지거나 도망치고 싶어질 때 한 번쯤 떠올려줘 너는 지금 괜찮아...” 가수 소란의 “괜찮아”라는 노래였다.
아이들 모두가 그 노래에 흥얼거렸다. 나 역시 노래를 들으며 추억 속으로 빠졌다. 우리가 함께한 그 뜨거웠던 여름의 콘서트를 아이들은 기억하고 있었다. “엄마, 이 노래 제주도 해변에서 들었잖아.” 당시 우리는 소란이라는 가수도 몰랐다. 하필 메인가수의 마지막 공연이 소란이었다. 아는 노래는 없지만 들어보자는 마음이었다. 무대를 장악하며 처음 듣는 노래를 흥얼거리게 만드는 능력은 영락없이 베테랑이었다. 처음 듣는 노래에 박자를 맞추며 장단을 치게 만들었다. 그렇게 여러 곡을 불렀는데 감미로운 목소리가 파도치는 소리와 함께 어울렸다.
아이들의 기억 속에 콘서트를 본 가수는 처음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소란 노래 시리즈를 집에서든 차에서든 줄기차게 틀어댔다. 그랬더니 큰아이와 둘째의 카톡 프로필에 노래가 바뀌어 있었다. 내가 지금 카톡 프로필에 올려 있는 ‘소란의 괜찮아’를 똑같이 올려놨다. 그렇게 따라온 아이들이 마치 엄마 오리를 쫓아오는 아기오리들처럼 귀여웠다. 아기 오리들은 엄마 꽁무니를 따라서 졸졸 따라오지 않나.
4학년, 2학년, 내년 입학 예정 유치원생. 이렇게 세 아이와 추억을 공유할 수 있음에 행복했다. 이전까지는 무엇을 해도 기억 못 하고 나 혼자만의 추억으로 그치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제는 제법 사람이 된 것이다. 자신들이 좋아했던, 싫어했던, 그리고 기억하고 싶은 일들을 종알거리는 일도 일상이 되었다. 그렇게 추억이 쌓이고 그때 재밌었던 이야기를 함께할 때면 아이들이 이제 어른이 된 것 같다.
오늘은 큰 아이의 생일이다. 어김없이 동장군이 찾아왔고 올해 가장 추운 날이다. 하지만 아이는 아침부터 미역국 대신 핫케이크를 원했다. 큰 아이는 핫케이크 두 판을 클리어하고 학교에 갔다. 오늘 저녁에는 치킨집에 갔다가 노래방에 가자는데. 추운 날 벌써 걱정이다. 그래도 아이가 원하는 게 있고 해달라고 표현해 줘서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