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 첫날, 라디오에서 울려 퍼지던 김동률과 이소은의 ‘욕심쟁이’ 노래는 아직도 선명한 기억이다. ‘SBS 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이하 아침창)’ 프로그램에 사연이 소개됐다. 결혼 후 뱃속에 아이를 가지고 태어나고 기어다니고 걸어다니는 동안 오전 9시에서 11시에는 항상 아침창과 함께했다. 유아들을 키우는 엄마들은 항상 외로웠다. 아침창은 육아로 지친 몸과 마음을 위로 해주는 유일한 등불이었다. 얼마 전 ‘CBS 신지혜의 영화음악’의 신지혜 아나운서를 떠나보냈다.(오전 11시에는 어디 방송을 들을지 아직도 갈피를 잡지 못한 채 갈대처럼 나는 아직도 표류하고 있다)
또 한번의 이별
이번에는 김창완 아저씨와의 이별을 또 준비해야 한다. 아침 9시부터 11시를 어디를 들을지 몰라 또 정처없이 떠다닐 나를 생각했다. 청소기를 돌리는데 신경은 라디오에 꽂혀있었다. 아이가 무언가 질문을 하는 동안에도 나의 관심사는 오로지 라디오 목소리였다.
“엄마, 이 아저씨가 프로그램 안 하는게 뭐가 슬프다는 거야?”
헤어짐의 슬픔에 제대로 설명할 수 없었다.
‘네가 엄마 뱃속에 있을 때부터 엄마는 이 라디오 프로그램을 들었어. 오래된 친구를 잃는 느낌이란다’고 말했어야 했다.
이용원을 처음 갔다
오늘은 둘째의 이발이 필요한 날이었다. 최근 동네 커피집이 없어진 자리에 이용원이 들어섰다. 헤어커트 7천원. 가격이 좋았다. 이용원은 처음이었다. 예순 언저리의 할아버지께서 흰 가운을 입고 방긋 웃고 계셨다. 그리고 그 거칠어진 손으로 아이의 머리카락을 거침없이 잘랐다. 다 끝날 무렵에도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일어선 아이를 다시 앉히고 또 다듬었다. 할아버지의 정성이 내 마음에 닿았다.
오늘 헤어짐의 온기가 다른 곳에서 충전됐다. 사람 사는 게 다 이런 거다. 헤어짐에 또 다른 인연이 오고 그렇게 또 잊혀져가며 살아가는 것. 헤어짐의 슬픔도 새로움의 기쁨도 다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것. 그리고 망각의 동물이기에 우리는 살아갈 수 있다는 것. 젊을 때는 연인의 이별이 전부였겠지만 어쩌면 인생은 헤어짐과 만남의 수없는 반복일 뿐임을. 조금은 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