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야 정신 차리고 학원 안 가?”
20240202 학원 인생에 숨이 막혔다
“야 너 빨리 안 일어나?(한숨)
선생님이 전화 왔잖아. 밥 먹고 빨리 학원 안 가?(한숨)
그럼 학원 다녀와서 밥 먹어(한숨)
나왔어? 나왔냐고. 빨리 가.”
수업에 아이들을 넣어놓고 교실 밖 복도에서 기다리는 시간. 세네 명의 엄마들이 50분 동안 아이들을 기다린다. 난 이 시간을 은근히 좋아한다. 혼자서 책도 읽고 신문도 읽을 수 있다. 집이 아닌 다른 환경에서 말이다.
혼자만 있는 공간이 아닌데 옆에 누가 있던 없던 다 들리는 큰 소리로 말한다. 적막이 깨지는 소리였다.
(밝고 예의 바른 목소리로 탈바꿈)
선생님 00엄마인데요 수1이랑 하는 거 맞죠?
어떻게 해야 하나요? 아 그래요? 금액이 그런가요?
그 금액에 하면 과목이 어떻게 되나요? 예.
그렇죠. 추가 금액 없지요? 아. 네. 그렇게 할게요.
선생님께서 아이랑 얘기 좀 해주세요.
(다시 톤이 바뀜)
"니가 얘기해. 정신 차리고 학원 안 가?
너 몇 시까지 갈 건데?
40분까지 45분까지 도착할 수 있어?
미친놈아 무슨 6시까지야.
응? 빨리 가. 니가 얘기해. 야. 빨리 가. 니가 얘기해. "
그러곤 곧장 옆에 있는 다른 엄마와 상냥하게 대화한다. 내 아이에게는 화를 퍼붓고 남에게는 관대한. 하나의 연극을 보는 느낌이었다. 완전한 이중인격자였다. 하지만 그 장면에서 나도 내 아이에게 하는 같은 내 모습을 보았다. 그러기에 눈에 보이지 않는 아이는 더 처절하게 보였다.
내 사람들에게 잘해야 하지만 현실은 남에게(더 먼 사람에게) 더 상냥하다. 아이는 어떤 기분일까. 공부가 무슨 소용일까. 듣는 내내 나는 그 아이가 되었다. 저런 잔소리쯤은 한 귀로 흘릴 수 있다. 그리고 엄마가 뭐라든 그냥 방 한구석에 엎어져서 누워있겠다. 엄마의 의지로 아이를 움직여야 하는 것인가? 왜 아이가 학원에 가기 싫은 건지. 묻지 않는 건가. 오늘 친구들과 싸워서. 학업성적이 좋지 않아서. 우리가 모르는 다른 속상함이 있는데 엄마는 그걸 묻지 않았다. 혹시나 안다면 하루쯤은 아이를 놓아줘도 되지 않을까. 아이는 그렇게 자신을 봐달라고 엄마에게 반항했다.
하지만 엄마에게 학원 결석이란 힘들게 모은 돈을 학원비로 투자하는데 비효율적인 것이다. 가성비가 좋은 아이로 키우고 싶은 거다. 그놈의 가성비는 물건 살 때나 따지지 꼭 육아에서도 고집을 부리는 사람이 있다. 과거의 나의 엄마가 나에게 그랬던 것처럼 많은 아이들도 꼭두각시로 억지로 살아가고 있다. 과거가 아닌 지금도 그렇다는 데에 시공간을 초월해도 같은 연결고리를 느껴 허탈했다. 세상은 분명 나아지고 있다고 믿었다. 그렇다면 나는 아이들에게 어떤가. 아이가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시키지 않나? 계속 생각하게 되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