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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끼우 Apr 26. 2024

4. 사람들은 자신을 시민이라기보다 소비자라고 생각한다

20240426 당신이 모르는 민주주의_마이클 샌델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대한민국헌법 제1조다.

방송인 김제동이 자주 말했던 문장이다. 7년, 8년 전 촛불집회에 아이들을 데리고 광화문 광장의 일원이었던 적이 있었다. 국민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국민으로서 행동할 필요가 있었다. 그때도 ‘민주주의’라는 단어의 뜻을 명확히 알지 못했다. 그저 윗사람들이 모르니까 그들에게 분노를 표현해 알리는 의미로서의 참석이었다. 사랑도 표현하지 않으면 모르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가만히 있다가는 국민을 개, 돼지로 보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민주주의의 불만 : 공공철학을 찾는 미국'이

제목이었어야 했다


이번 21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를 색으로 표현했을 때 태극무늬처럼 파랑과 빨강이 극명하게 갈라져 있었다. 예상했던 지역들이 다른 색을 띠었을 때 지역 나누기가 사라짐에 응원했으나 곧바로 자신이 갖고 있던 지역의 색을 찾았다. 이처럼 민주주의의 한 방법으로 국민이 국민의 대표를 뽑는 일, 바로 선거가 대한민국 헌법 1조와 관련해 의미가 이어진다. 국민으로부터 권력이 나온다.     

과연 한국은 주권이 국민에게 있고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올까? 이번 책은 그 민주주의에 관련한 책이었다. 한국에서는 ‘당신이 모르는 민주주의_자본주의와 자유주의의 불편한 공존’이라는 제목으로 출판됐다. 하지만 미국판에서는 ‘민주주의의 불만 : 공공철학을 찾는 미국(Democracy’s Discontent : America in Search of a Public Philosophy)‘이라는 제목으로 출판되었다. 미국 역사에서 찾는 민주주의라는 문구가 들어갔어야만 했다. 편집자는 한국 사람들에게 높은 판매량을 위한 수단으로 더 큰 맥락의 민주주의로 제목을 덮어버렸다.



미국 대통령들의 경제 정책실패를 비판했다

     

물론 미국의 민주주의와 역사가 한국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나 그들이 처해있는 지리학적 위치, 문화 등이 달라 각 나라에서 느끼는 민주주의의 정의도 달라진다. 언제나 제목과 내용이 일치하는 법은 없지만 적어도 이런 경제 서적은 대략적인 내용이 파악되는 제목을 붙여야 했다. 독서회에서도 단순한 민주주의에 대한 내용으로 선정했지만 읽는 사람들의 속도를 늦추게 했다. 많은 사람들의 이름과 논문, 출처가 수도 없이 달려있었다.      

물론 이를 집대성한 마이클 샌델은 대단한 사람이다. 지금껏 거쳐왔던 미국 대통령들의 잘못된 정책을 스스럼없이 비판하는 마지막 부분은 멋짐이 폭발했다. 잘못 알고 있었던 미국 대통령들 이미지의 상반됨에 내 무관심이 창피했다. 또 그들의 말과 행동의 일치하지 않음에 비판했다. 또 어떤 지지층들이 왜 그들을 선호하는지에 대한 마지막 장은 꽤 흥미로웠다.   



사람들은 자신을 시민으로 생각하기보다

소비자라고 생각한다    

“소수가 독점하는 민주적 제도들을 시민에게 돌려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방법은 하나뿐이다. 함께 꾸려나가는 공적 삶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개인이 될 수 있도록 시민에게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사고방식은 대세에 어긋난다. 대부분의 경우 사람들은 자신을 시민으로 생각하기보다 소비자라고 생각한다.” 16p     

머리를 한 대 축구공으로 맞은 느낌이다. 요즘 사람들은 돈을 벌 생각에만 치우쳐 있다. ‘돈이 안 되는 일을 왜 해야 해?’라는 생각이 만연하다. 무엇을 해도 나에게 경제적 이익이 되는 일만 하는 사회. 요즘 사람들은 자신을 소비자라고 생각하며 살아간다. 그렇다면 시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일까?     



공동체의 도덕적 결손이 저출산으로 이어졌다


“시민으로서 우리는 자치가 작동하도록 도움을 주는 경제를 만드는 과정의 이해당사자다. 즉 경제 권력이 민주주의 통제 대상이 돼야 한다는 뜻이다. 또한 모든 사람이 존엄한 조건에서 상당히 괜찮은 삶을 살 수 있어야 하고, 직정과 공적인 분야에서 발언권을 가질 수 있어야 하며, 공동선 Common good에 대해 숙고할 기회를 제공하는 폭넓은 시민교육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18p     
책에서 말하는 민주주의에 대한 불만의 핵심은 두 가지다. 하나는 시민이 개별적으로나 집단적으로 각자의 삶을 지배하는 힘의 통제권을 잃어가고 있다는 두려움. 즉 자치의 상실이며 다른 하나는 가족에서 이웃, 더 나아가 국가에 이르기까지 공동체의 도덕적 결손이 느슨해지고 있다는 인식으로 공동체의 붕괴를 말한다. 28p     

최근 인스타그램에서 외국인이 본 한국의 저출산 문제를 이야기하는 동영상을 봤다. 그 외국인 친구가 적확하게 말했다.

“한국말에 ‘아이는 마을이 키운다’는 말이 있잖아. 그런데 한국은 마을을 삭제해 버렸어. 없앴어. 그래서 마을이 했던 역할을 개인과 부부에게만 맡기니까 감당할 수 없는 거야. 그래서 부담이 돼. 나는 한국에서 살면서 그 부분이 안타까웠어.” 유튜브 테디여행기 중

https://youtu.be/f912_NdbwSM?feature=shared


앞에서 이야기하는 민주주의에 대한 불만. 즉 ‘공동체의 도덕적 결손’이 바로 저출산으로 이어졌다.     



미국의 노예제에 대해서


미국의 민주주의 역사에서 ‘노예제’에 대한 시각의 변화는 중요하다. 미국 노예제를 옹호하는 주장은 “북부의 임금 노동자는 남부의 노예보다 자유롭지 않다. 노예주가 노예를 부리듯이 자본이 노동을 부린다. 차이는 남부의 노예주는 노예가 늙고 병들어도 이들을 책임지고 보살피지만 북부의 자본가는 이런 책임을 전혀 지지 않는다.” 반면 노예제 폐지론자들은 “노예제를 도덕적으로 비난하는 데는 공감했지만 그들처럼 자발주의적 자유관을 갖고 있지는 않았다... 자유노동과 임금노동을 동일시하지 않았다. 자유노동자는 노동을 임금으로 교환하는데 동의하는 반면, 노예 노동자는 동의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자유노동이 노예노동보다 우월하다는 이유로 충분치 않다”고 말했다. 또 “북부의 임금노동자들은 언젠가 노동자 상태에서 벗어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는 반면, 남부의 노예노동자는 그럴 수 없다는 점이 둘의 차이”라고 설명했다. 116~117p     

노예제를 찬성하고 반대하는 나름의 이유가 다들 있었다. 각자의 의견을 보노라면 다 맞는 말 같았고 정치인들은 이렇게 말로 사람들에게 지지를 얻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자유사회 free society에서는 재산이 없는 사람은 이론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단 하나의 권리도 누리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108p

미국은 민주주의의 역사가 길어서 생각할 시기와 착오의 시기가 있었던 반면 한국은 경제발전과 시민의식의 성장의 속도가 서로 달랐다. 그래서 자유사회라는 단어가 미국에서 꽤 오래전에 나온 이론이지만 저 단어는 현재 한국사회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어느 영화에서 그러지 않았나. “무전유죄 유전무죄”  



옮음이 좋음보다 우선하고

자아는 자아의 목적보다 우선한다

        

“도덕적 인간은 자기가 선택한 목적을 가진 주체이며, 또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이 허락하는 한 최대한 자유롭고 평등한 이성적 존재로서의 자기 본성을 드러낼 수 있는 삶의 방식을 자기 의지대로 조직할 수 있는 조건을 근본적으로 선호한다.” 옮음이 좋음보다 우선하듯이 자아는 자아의 목적보다 우선한다.(자발적 자유관) “우리가 자기 목표에서 이끌어낼 수 있다면 존중하겠다고 동의할 수 있는 권리다. 자아는 자아가 확인하는 목적보다 우선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아무리 지배적인 목적이라고 하더라도 여러 가능성 가운데서 선택된 것일 뿐이다.” 278p     

사실 옳다고 생각하지만 돈이 안 되고 좋다고 생각하는 게 돈이 된다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우리는 과연 옮음이 좋음보다 우선하는 삶을 살 수 있을까? 사람들은 자신과 자신의 목적을 헷갈려한다. 1억을 모으기 위해 내 건강을 해치는 일과 같다. 그렇다면 어떤 것이 우선되어야 할 것인가.       



다원주의 사회에서 중립적 태도를 취하는 일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치가 상업과 교환을 용이하게 할 뿐만 아니라 좋은 삶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고 가르쳤다. 시민이 된다는 것은 자기가 살아가는 가장 좋은 방식을 고민한다는 것이고 또한 자기를 온전하게 인간적 존재로 만들어주는 미덕이 무엇인지 고민한다는 뜻이다. 오늘날의 자유주의는 정치를 이런 식으로 바라보는 사고방식을 지나친 욕심이라고 생각한다. 다원주의 사회에서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좋은 삶이 제각기 다르므로 공적 광장에 발을 들여놓으려면 자신이 가진 도덕적, 정신적 신념을 내려놓아야 한다. 즉 오늘날의 자유주의에서는 우리 사회에서 이뤄지는 통치가 ‘좋은 것’ 또는 선의 개념을 두고 서로 다투는 여러 가지 발상과 개념에 대해 중립적 태도를 취하는 원칙들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고 바라본다.” 388p     


책을 겨우 다 읽고 드는 생각은 민주주의의 권력이 국민에게 있고 국민을 위해 정치를 행하는 제도라는 큰 틀은 너무 광범위하다는 점이었다. 미국의 공화주의처럼 시민적 덕목을 갖춘 시민을 길러내면서 자유주의의 자유로운 선택을 할 수 있는 권리가 함께라면 얼마나 좋을까. 내 안의 민주주의를 생각하면서 말과 행동이 똑같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일. 독서회 회원 한 분이 말한 ‘integrity’로 이 책의 핵심을 함축할 수 있을 것 같다. 뜻은 정직하고 자신의 도덕적 원칙에 일관성 있게 행동하는 것을 말한다. 큰 뜻의 대의를 위한 것만이 정치가 아닌 내 안의 정치도 한결같을 수 있도록. 소비자가 아닌 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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