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8 천명관 작가의 고래
인생을 살아간다는 건 끊임없이 쌓이는 먼지를 닦아내는 일이야 10p
죽음이란 건 별 게 아니라 그저 먼지가 쌓이는 것과 같은 일일 뿐 11p
“언제부턴가 선로를 따라 이름 모를 하얀 꽃이 무성하게 피어나기 시작했다. 기차를 타고 낯선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은 대부분 기찻길 옆에 무슨 꽃이 피든 아무 관심이 없었지만 눈썰미가 있는 사람들 몇몇은, 도대체 저게 무슨 꽃일까, 궁금하게 여겼다. 그것은 바다 건너 멀리 외국에서 들여온 굄목이 자리를 잡자마자 바람을 따라, 철로를 따라, 자연의 법칙을 따라 들로 산으로 퍼져나간 식물이었다.
개망초.
그것은 춘희가 금복의 손을 잡고 평대에 처음 도착했을 때 역 주변에 무성하게 피어있던, 슬픈 듯 날렵하고 처연한 듯 소박한 꽃의 이름이었다. 이후, 그 꽃은 가는 곳마다 그녀의 뒤를 따라다녀 훗날 그녀가 머물 벽돌공장의 마당 한쪽에도,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혹독한 시간을 보낼 교도소 담장 밑에도, 그녀가 공장으로 돌아오는 기찻길 옆에도 어김없이 피어있을 참이었다. ”150p
“.... 그녀는 뭐든지 복잡하게 생각하는 타입은 아니었다.” 69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