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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끼우 May 28. 2024

5.이타주의는 나쁘고 이기주의는 좋다, 유전자 생존비법

20240524 [벽돌책] 이기적 유전자_리처드 도킨스

“어떤 행성에서 지적 생물이 성숙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그 생물이 자기의 존재 이유를 처음으로 알아냈을 때다.”

과학책을 읽는데 내내 자기반성으로 돌아가는 문구들이 눈에 띄었다. 마흔이 되는 요즘 나의 존재 이유를 찾기 시작했다. 어쩌면 이제 나만의 행성에서 이제야 내가 성숙해졌다고 풀이됐다.           




벽돌책을 읽었습니다     


1976년 처음 출판되어 4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독서인들의 벽돌책으로 불리는 유명한 책 중 하나였다. 대표적으로 손꼽아 보자면 코스모스, 총균쇠, 호모사피엔스를 함께 묶을 수 있었다. 작년에 코스모스 벽돌책을 하나 읽었으니 이제 다른 벽돌책을 읽을 올해였다. 벽돌책을 잘 정리해 놓은 기사가 있다. ‘하드커버로 제작된 방대한 분량으로 전공자가 아닌 독자에게 일종의 진입 장벽 역할을 한다. 개별 학문 전공서처럼 느껴져 선뜻 책장을 넘기기가 쉽지 않아서다.’(국민일보 kmib.co.kr/article/view.asp?arcid=1713415865&code=23111312&cp=nv) 이뿐 만이 아니다. 이렇게 두꺼운 책들은 베개로도 쓰일 수 있음으로 읽다가 졸리게 될 게 뻔할 것이라는 예측을 함께 담아내고 있다.           




이성을 가진 존재는 이상적으로 행동해야 하는가     


“개인으로서 우리는 종종 이기적으로 행동하지만 이상적으로는 타인의 이익을 우선하는 사람을 존경하고 칭찬한다. 그러나 우리가 ‘타인’이라는 말을 어느 범위까지 설정해야 하는가에 관해서는 다소 혼란이 있다. 집단 내 이타주의는 집단 간의 이기주의를 동반할 때가 많다.
이것이 노동조합의 기본 원리다.”     

‘타인’의 기준 설정으로 제주도의 난민 문제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았다. 국가가 다르지만 같은 인간으로 서로를 지키려고 협력해야 하는가. 아니면 한국인으로까지 범위를 한정시켜서 우리 민족만 잘살면 되는가. 뿐만이 아니다. 지금은 반려동물이 함께 살아가는 시대다. 동물이 아파하기 때문에 동물을 먹지 않으며 사는 채식주의자들도 있다. 물론 동물의 기준이 사람마다 다르다. 최근 영국은 문어와 게, 랍스터도 아픔을 느낀다며 동물복지법 확대 안을 발표하기도 했다.(동아사이언스, dongascience.com/news.php?idx=50762)


   

내가 지켜야 할 이기주의의 한계     


“어느 수준의 이타주의가 바람직한가?
가족인가, 국가인가, 인종인가, 종인가 아니면 전체 생물인가에 대한 인간 윤리의 혼란은 진화론의 입장에서 보면 어느 수준에서 이타주의를 기대할 수 있는가라는 생물학적인 문제와 혼란을 그대로 반영한다”     

그렇다면 각자가 생각하는 종의 구분은 어디까지이며 우리가 지켜야 하고 이타적으로 생각해야 하는 집단은 어디까지일까. 혼란의 연속이었다. 문어도 아픔을 느끼니 먹지 말라고 한다면 도대체 먹을 수 있는 종의 구분은 어디까지란 말인가. 생각해 보면 동물의 세계에서는 먹고 먹히는 먹이사슬이 존재한다. 그러므로 최상위인 인간은 다른 종을 먹을 수 있는 건 아닐까? 인간은 생각하는 존재여서 동물과 다르기 때문에 다른 종의 동물을 지키고 이성적으로 살아가야 하는 것인가.           



유전자는 이기주의의 기본단위     


“이 책의 내용과 특히 관련된 특성은 바로 유전자 수준에서 이타주의는 나쁘고 이기주의는 좋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의 이기주의와 이타주의에 대한 정의에서부터 필연적으로 얻게 되는 것이다..... 유전자 풀 속에서 대립 유전자 대신 자기의 생존확률을 증가시키는 유전자는 어느 것이든 그 정의상 오래 살아남을 것이다.
유전자는 이기주의의 기본 단위인 것이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이기주의’는 나쁜 것이고 ‘이타주의’는 착한 것이다라는 개념과는 다르다. 생물학적인 관점에서 보는 지극하게 번식을 위하는 유전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이기주의는 생존의 최고 방법이었다.           


수컷 생식세포 수 》 암컷 생식세포 수     


“동식물을 통틀어 수컷을 수컷, 암컷을 암컷이라고 명명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한 가지 기본적인 특징은, 수컷의 생식세포는 암컷에 비해 매우 작고 그 수가 많다는 것이다. 이는 동식물 어느 것을 취급할 때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동식물계에서 여성과 남성을 구분하는 기준이 명백해 놀라웠다. 처음에 만든 기준이 생식 세포의 수와 크기라니 생각보다는 그 기준이 단순하고도 명료했다. 아무런 이유 없이 그저 누가 나누어 놓은 성별의 기준을 들여다보는 일이 낯설고도 재밌었다. 때문에 수컷이 잠재적으로 여러 마리의 암컷을 이용해 단기간 내에 많은 수의 새끼를 만들 수 있음을 의미했다. 그래서 수컷의 암컷 착취가 시작됐다고 작가는 설명했다. 부모가 자식을 버릴 경우, 아비일 확률이 높다. 태아를 키우고 젖을 먹이고 양육과 보호를 하는 암컷은 난자가 정자보다 크기 때문에 이를 근본적인 진화적 근거로 들었다.


글을 읽는 내내 우리나라 출산율이 왜 저조한가를 함께 떠올렸다. 여자들은 남성보다 희생이 더 요구되는 사회에 반항하고 있는 현상이라고 생각이 이어졌다.        


       

“그 오빠는 우리 동아리 우두머리였잖아.”


책을 읽고 친구들을 만나는 모임 장소에서 “우두머리”라는 단어를 사용했다가 혼쭐이 났다. 분명 이기적 유전자를 읽은 나의 머릿속에 온통 가득한 동물의 과학 용어들이 난무했기 때문이다. 사람에게 쓰여야 할 단어가 잡히지 않고 생물학적인 단어가 그물에 걸려 입 밖으로 튀어나왔을 때는 이미 우리 모임이 동물의 세계가 된 후였다.      


어찌 되었건 이기적 유전자를 통해 생각하지 않았던 영역을 다시 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됐다. 내 주변에 이기적인 인간들도 그들의 선조들이 지켜낸 진화론적인 유전자임을 고민했다. 사회에서 쓰이는 단어들 역시 인간이 정의하기 나름이었다는 사실까지. 생각의 확장으로 잠시 내 유전자 풀에 쓰인 미간 좁은 유전자가 아빠, 할머니 위에서부터 내 딸까지 이어온 대단한 유전자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지금 미의 기준이 미간 좁은 건 예쁘지 않다고 하지만 언젠가는 훗날 예뻐지는 시대가 온다면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조금의 미련을 미래에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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