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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끼우 Sep 20. 2024

40. 아이들이 사라졌다! 남편도 함께. 땡큐?

20240920 4강 진출? 애들 축구대회? 그것이 문제로다

세상에나 마상에나. 현관의 주인 없는 신발들은 외로웠다. 거실의 공기는 차가웠다. 말을 해도 글자들은 뿔뿔히 흩어졌다. TV도 재미없고 밥도 맛이 없었다. 우리 집이 이리도 쓸쓸했나. 원래의 우리 집은 이 시간의 밤에는 고요하지 않았다. 그런데 시끄럽게 하는 존재들이 사라졌다. 종알거리던 아이들이 축구대회를 위해 밤에 출발했다. 공기같이 항상 곁에 있던 남편은 아이들 축구대회장 근처 숙소로 먼저 내려갔다. 나는 내일 열릴 여성 축구대회를 위해 집에 남았다. 소속이 유일하게 없는 남편만이 아이들을 챙기러 나섰다. 홀로남은 나에게는 사람의 온기가 필요했다.


빈둥지증후군이었다     


그리하여 얻게 된 자유는 자유가 아니었다. 주변에서는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라고 했다. 하지만 혼자 즐기는 일을 잊은 지 10년이었다.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있어야 할 아이들이 제 자리에 없자 불안했다. 빈둥지증후군이었다. 자녀들이 독립하는 시기에 부모가 느끼는 슬픔으로 주 양육자에게 주로 나타난다. 아직 우리 아이들은 초등학생인데 나는 아직 독립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      



나는 무엇을 상실했는가?     


아이들의 웃음소리, 나의 잔소리, 남편의 존재. 집 안의 고요는 상실을 가져왔다. 이와 더불어 아이들이 대회 준비물을 잘 챙기고 갔는지에 대한 의문이 함께했다. 내일 열릴 축구대회를 위해 일찍 잠에 들어야 한다. 하지만 눈은 또렷했다. 잠이 들지 못하는 불안이 엄습했다.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남편이 있는 곳으로 바로 달려가고 싶었다. 내일 나의 축구 경기만 아니었어도…. 내 마음은 이미 남편 옆에 있었다.     



욕심은 또 다른 실망을 가져온다

     

내일 열리는 여성 축구대회에는 함께 붙지 말아야 할 강팀을 두 번째 경기에서 만난다. 탈락 가능성이 조금 높다. 하지만 우리 팀이 작년에 이어서 또 우승했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있다. 하지만 4강에 오르면 모레까지 경기가 이어지기 때문에 가족을 보러 갈 수 없다. 가족이 보고 싶었다. 두 가지 모두를 충족할 수는 없었다. 각자의 할 일을 받아들여야 한다. 앞으로 커나가는 아이들과 나를 위해서도. 쿨의 노래에 나온 가사가 생각났다. “아 나도 햄릿처럼 죽는 거냐? 사는 거냐? 그것이 문제라면 차라리 나을지 몰라”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내일 일어날 일에 대해 맡기는 것이다. 내가 혼자 미리 걱정하고 어떤 일을 예측할 이유가 없다. 우리 팀이 4강에 오르면 그걸로 좋고 혹여나 올라가지 못하면 아이들을 보러 가라는 하늘의 뜻임으로. 뭐든 좋은 일임을 마음에 새기겠다.


남편이 있는 것처럼 이부자리를 나란히 펼치고 아이들이 있는 것처럼 선풍기를 켜놓고서. 몸이 떨어져 있더라도 함께인 것처럼 그렇게 다. 나는 혼자가 아니다. 나는 혼자가 아니다. 주문을 외우고 또 외워서 두려움을 몰아내고 꿈 속으로 간다.



내일 나의 축구대회부터 화이팅!!  

그럼에도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니까 내 축구대회에 악착같이 뛰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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