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한(小寒)

스물 세 번째 절기

by 슬기롭군

24절기 중 스물세 번째 절기, 소한.

이름만 놓고 보면 아직 덜 춥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가장 매서운 추위는 늘 이 무렵에 찾아온다.


“대한이 소한의 집에 가서 얼어 죽는다.”


그만큼 소한의 추위는 버티기 어렵고, 길다.

해가 바뀌고 처음 맞는 절기.
정초한파라 불리는 냉기가 몰려와 몸도 마음도 한껏 움츠러들게 만든다.
농가에서는 이 시기를 넘기기 위해 땔감과 먹을거리를 집 안에 채워 두었다.
밖으로 나서지 않아도 되도록, 견딜 준비부터 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알고 있었다. 이 추위가 겨울의 끝자락이라는 것을.

그래서 이런 말도 남겼다.

“소한의 추위는 꾸어다가도 한다.”

이때를 잘 견디면 다시 풀리는 날이 온다는 믿음, 가장 추운 때를 넘어야 봄으로 갈 수 있다는 경험에서 나온 말이다.


소한은 차갑다. 그러나 방향을 잃지 않는다.
이 겨울이 영원하지 않다는 사실을 몸으로 증명하는 절기다.

대설이 땅속에서 다음 해를 준비하게 했다면, 소한은 그 준비가 끝나가고 있음을 알리는 시간이다.

그래서 소한은 버티는 힘을 시험하는 동시에 몸을 먼저 살피라 일러주는 때이기도 하다.
한 해의 시작에서 맞는 가장 깊은 추위인 만큼, 이 시기를 어떻게 지나느냐가 올해의 몸과 마음을 좌우한다.


2026년, 붉은 말의 해. 말은 앞으로 나아가는 존재이고 붉은 빛은 생명과 기운을 상징한다.
그러나 어떤 질주도 튼튼한 다리 없이는 시작할 수 없다.

가장 추운 이때, 속도를 내기보다 체온을 지키고 숨을 고르는 것.
그것이 한 해의 건강을 기원하는 가장 현실적인 다짐일지도 모른다.

모든 겨울은 끝을 향해 가장 차가워진다.

이 추위를 버티고 있다는 건 이미 봄 쪽으로 걸어가고 있다는 뜻이라는 것을..

작가의 이전글군인의 독서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