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역몽 01화

역몽

반대되는 꿈, 역몽의 시작

by 슬기롭군

역몽(逆夢), 사실과 반대되는 꿈

나는 오래도록 과거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가난과 폭력, 그 흔적들이 여전히 남아 있는 현실 속에서, 나는 자주 숨고 싶었다.

매일같이 반복되는 무력한 일상 속에서 유일한 탈출구는 꿈이었다.

잠자리에 들면, 현실과는 정반대의 장면들이 눈앞에 펼쳐졌다.

그 세계에선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그곳에선 아무도 다치지 않았고, 나는 자유로웠다.

그래서 믿었다. 꿈이 나를 구해줄 거라고. 아니, 사실은 믿고 싶었다.

현실이 너무 아프니까, 꿈속에서만이라도 숨 쉴 틈이 필요했으니까.

그렇게 나는 점점 꿈에 의지하게 되었고, 현실은 점점 멀어졌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깨달았다.

아무리 아름다운 꿈을 꾸어도, 아침이 오면 다시 같은 현실로 돌아온다는 걸.

피한다고 해결되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걸.

오히려 외면한 만큼 현실은 더욱 단단히 나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반대로 꿈을 이용하기로 했다.

도망치는 게 아니라, 내가 꾼 그 꿈들을 현실로 끌어오자고.

반대되는 꿈, 역몽처럼. 꿈속에서 본 나의 모습, 내가 느낀 감정, 그리고 그 순간들을 하나하나 꺼내어 글로 옮기기 시작했다. 처음엔 서툴고 조심스러웠지만, 차츰 나만의 언어가 생겼다.

그 글들은 과거를 잊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제대로 마주하기 위한 용기의 표현이었다.


이제 글을 쓰는 시간은 나를 회복시키는 시간이 되었고, 동시에 나를 벌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현실을 외면하고자 했던 과거의 나에게 주는 조용한 응답.

언젠가는 내가 꾼 꿈처럼, 지금 이 세계도 조금은 따뜻해지기를 바라며 오늘도 한 줄씩 적어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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