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모임에 대한 나의 오만함.
어제 지인과 이야기를 나누다 문득 부끄러워지는 순간이 있었다.
나에게 ‘독서모임’이란,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사람들이 만나 각자 읽은 책을 소개하고 그에 대한 생각을 나누는 자리였다. 나는 그것이 독서모임의 당연한 형태라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그것은 나만의 기준이었음을 깨달았다.
지인은 시간적 여유도 없었고, 여러 사람과 어울리는 모임 자체가 조금은 부담스럽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는 만큼은 꾸준히 즐기고 있다고 했다.
지인이 말하길, 자신에게 독서모임이란 누군가 정리해 올려둔 책 내용을 읽으며 나름대로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 말을 들은 순간, ‘모임’이라는 단어가 새롭게 다가왔다.
모임이란 어떤 목적 아래 사람들이 함께하는 것.
반드시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있어야만 가능한 건 아니다.
얼굴을 마주하지 않아도, 서로의 목소리를 직접 듣지 않아도,
‘책’이라는 공통의 관심사 아래 어딘가에 마음이 닿아 있다면,
그 자체로 충분히 ‘모임’이 될 수 있다는 걸 비로소 깨달았다.
사실, 알고 있었다. 세상에는 다양한 방식의 만남과 교류가 존재한다는 것을.
꼭 얼굴을 마주해야만, 목소리를 나눠야만 '함께'하는 건 아니라는 걸.
그런데도 나는, 내가 익숙한 방식만을 옳다고 여겼다.
알면서도 놓쳤고, 이해한다고 하면서도 마음 깊이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이다.
그게 바로, 내 안의 오만함이었다.
나의 좁은 기준이 누군가에겐 상처가 될 수도 있었겠구나.
조용히 책을 읽고, 그것을 스스로의 언어로 정리해내는 누군가의 진심을
내가 너무 쉽게 지나쳐버린 건 아닐까.
모임의 형태는 꼭 하나일 필요가 없다.
책을 읽고, 그것을 나누고자 하는 마음이 있는 한
우리는 이미 어딘가에서 함께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바쁜 일상 속에서 사람들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안고 살아간다.
그래서 어떤 이는 SNS나 블로그, 유튜브에 책 리뷰를 올리고,
또 어떤 이는 그 글을 읽으며 책을 간접적으로 경험한다.
꼭 한 권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지 않아도 괜찮다.
누군가의 요약을 통해 생각에 잠기고, 스스로의 감상을 덧붙이는 것.
이런 방식도 충분히 의미 있는 ‘독서’이자, 따뜻한 ‘모임’의 한 형태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