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졸 출신 초임 부사관에게 전하는 이야기
얼마 전 내가 속한 독서모임의 2주차 과제로,
'나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 단 한 사람에게 편지를 쓰듯 글을 써보라'는 과제가 주어졌다.
과연 나는 누구를 떠올려야 할까, 그리고 그 한 사람에게 나는 어떤 말을 건넬 수 있을까.
한참을 고민하다, 문득 군 생활을 막 시작했던 '과거의 나'가 떠올랐다.
그리고 그 시절의 나처럼 막막한 출발선에 선 또 다른 초임 부사관들,
그 중에서도 나와 닮은, 고졸 출신 여군 부사관이 머릿속을 스쳤다.
요즘은 학력보다는 실력을 본다고들 하지만,
아직도 ‘어느 학교 출신이냐’, ‘어디까지 공부했느냐’에 따라
사람을 판단하는 시선이 남아 있는 게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군대도 마찬가지다.
나는 고등학교 졸업장이 전부였던 스무 살에 부사관이 되었다.
그때부터 나는 나 자신을 끊임없이 증명해야만 했다.
어디서든 '고졸'이라는 단어 앞에서 괜히 움츠러들었고,
내가 해낸 일조차 '운이 좋아서', '그냥 성실해서'로 치부되기 일쑤였다.
그럴 때마다 나는 내 안에서 다짐하듯 되뇌었다.
학력보다 태도로 버티자.
그 다짐은 점점 내 행동을 바꿔놓았고,
언젠가부터 ‘태도’는 내 무기가 되어있었다.
책을 읽고, 틈틈이 글을 쓰고, 메모를 남기고
어제보다 조금 더 성장하려는 마음가짐이 나를 지탱해주었다.
작은 공책 하나에 오늘 배운 것, 느낀 것들을 적어나갔다.
그 메모들이 쌓여갈수록
나는 단순히 일기를 쓰는 게 아니라
‘나를 스스로 성장시키는 기록’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걸 느꼈다.
그렇게 나는 점점
스스로를 의심하던 자리에서, 스스로를 격려하는 사람으로 바뀌고 있었다.
이제 갓 군 생활을 시작한, 5년 미만의 초임 부사관들에게 전하고 싶다.
특히 학력이나 배경으로 스스로를 작게 느끼는 누군가에게.
출발선이 다르다고 해서, 끝이 다르진 않다.
우리가 정말 지켜야 할 건,
스스로를 믿고 한 걸음씩 나아가는 그 ‘태도’다.
나는 어떤 특별한 사람이 아니다.
다만 스스로를 작고 초라하게 느끼던 순간마다
“오늘 하루만큼은 한가지라도 배워보자”라고 스스로를 다독였던 사람이다.
이 글이 너에게 작은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언젠가 너만의 기록을 통해, 너의 이야기도 누군가에게
이와 같은 격려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