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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칠수.
내 이름은 김칠수다.
스물여섯, 두 아이의 아빠.
아내는 내게 ‘바보’라고 자주 불렀다.
“밥은 꼭 챙겨 먹고 다녀. 당신은 내가 챙기지 않으면 아무것도 못 해.”
그래서 내 이름보다 ‘바보’가 더 익숙했던 시절도 있었다.
그녀는 나보다 말이 많은 사람이었고, 나 대신 웃고 울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떠나는 날엔 말이 없었다. 입을 꾹 다문 채 내 군복을 조용히 손질해주고는,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첫째 준호는 올해 여덟 살이다. 글을 배우기 시작하더니, 한 날은 나에게 편지를 보냈다.
“아빠 집에 언제와요? 엄마는 아빠에 대해 말을 하면 아무 말이 없어요..”
마지막 문장이 계속 생각난다.
‘아무 말이 없어요.’
울지도, 화내지도, 걱정한다고 말하지도 않았다라는 뜻일까.
말이 없는 사람은 어쩐지 더 슬퍼 보인다.
눈물보다 말이 없는 시간이 더 길면, 마음 안에서는 폭우가 쏟아지는 법이니까.
언젠가 내가 마지막으로 꾼 꿈 속에서, 아내는 말없이 나를 안아주었다.
아무 말 없이 오래도록, 조용히.
그리고 꿈에서 깼을 때, 뺨에 이상하게 따뜻한 무언가가 느껴졌다..
나는 철모 안쪽에 편지를 다시 접어 넣었다.
그리고 철모를 눌러썼다.
피슈우우우웅!!
귀를 찢는 듯한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대지가 움찔거렸다.
진지의 공기가 일순간 달라졌다.
몸속 핏줄이 움찔할 만큼 진동이 스며들었고, 무언가가 오고 있다는 걸 누구보다 먼저, 내 가슴이 알아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