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콰아아앙! 콰앙!
산 아래쪽 어딘가에서 폭발이 일어나더니, 진지 앞쪽에서도 포탄이 떨어진듯
먼지가 터지고 나뭇가지가 튀어오르며, 조용했던 숲이 순식간에 지옥처럼 변해갔다.
“진지 노출됐다! 전 병력, 이탈 준비!!”
무전기에서 날카로운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순간, 모두가 동시에 움직였다.
누군가는 총을 움켜쥐었고, 누군가는 헬멧을 쓰다 말고 기어서 통로로 향했다.
이태석 일병이 나를 붙잡았다.
“김칠수! 너, 가방 챙겼지? 탄띠 확인했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다시 내 어깨를 툭 쳤다.
“죽지 마. 내 동생 초코 보내줘야 돼. 알지? 넌 꼭 살아남아야 돼.”
나는 무슨 말을 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대신 주먹을 맞췄다. 말보다 단단한 신호였다.
우리는 진지 외벽을 빠져나와 연결된 참호를 따라 기어갔다.
포복은 없었다. 두 발로 뛰기도 애매한, 적당히 구부린 자세로 달리고, 숨고, 또 달렸다.
하늘에서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벌떼처럼 탄피 소리가 날아들었다.
주위에서 익숙한 이름들이 튀어나왔다.
“정수혁!! 오른쪽!!”
“김도현! 뒷쪽으로 철수해!!”
그리고—
“김칠수! 김칠수!! 야 임마!!! 정신 차려!!”
누군가가 절박하게 외쳤다.
고개를 돌렸다.
피범벅이 된 얼굴, 눈물이 섞인 이목구비.
누군가 내 이름을, 분명히 부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 얼굴은 낯설었다.
아니, 분명 어제까지 주먹밥을 나눠 먹으며 가족 이야기를 했던 전우였다.
이름이...
이름이 잘 떠오르지 않았다.
머릿속이 뿌옇고, 심장이 손끝까지 찢어진다.
그가 달려오려는 순간—
콰강!
그의 뒤에서 포탄이 터졌다.
흙먼지가 솟구치고, 순간 나는 그의 얼굴을 잃었다.
나는 외치지 않았다.
목이 쉬어서가 아니다.
공기가, 너무 무거웠다.
포성은 언제 시작됐는지도 모르게, 갑작스레 잦아들었다.
마치 시간이 잠시 멈춘 것처럼, 산 전체가 침묵했다.
우리도 그 속에 묻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