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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과 여운의 사이

나도 몰랐던 나의 시

by 슬기롭군

나는 시집을 좋아한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짧은 단어 하나하나에

의미를 붙여 생각하는 일,

그게 좀 버겁고 귀찮게 느껴졌는지도.


늘 누군가가 길게 풀어 쓴 글만 읽다 보니

정작 '나'는 사라지고,

남의 생각만 빌려 쓰며 살아왔던 것 같다.


남들이 그렇다면

나도 그런 거고,

남들이 이랬다 하면

나도 그랬던 것이다.


그게 동조였을까.

아니면 공감이었을까.


시간이 흘러

내가 써온 글들을 다시 들여다보니,

찾지 않았던 ‘시’가 그 안에 있었다.


나는 문장을 쓰고 있었지만,

그 문장 속엔

문장이 아닌 여운이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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