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의 균열
그저 묵묵히 임무를 수행할 뿐이었다.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함께 목숨을 맡긴 동료들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뿐이었다. 전우라는 이름으로,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한 방향을 바라보아야 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알 수 없는 그림자가 스며들기 시작했다. 시기와 질투, 그것은 처음엔 작은 균열처럼 보였다.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 했다. 사람 사이에 있을 수 있는 작은 오해일 거라 여겼다. 그런데 그 균열은 점점 넓어졌다. 누군가는 등을 돌리고, 누군가는 속삭였다. 같은 팀 안에서 분열을 조장하는 기운이 자라났다.
참으로 답답했다. 우리의 적은 분명 저 앞에 있는데, 왜 우리는 서로를 겨누고 있는가.
바깥에서 몰아치는 위협보다, 안에서부터 무너져내리는 마음의 벽이 더 두렵게 느껴졌다.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같은 편끼리 마음을 갈라놓는 상황은 견디기 힘들었다. 흔들리지 않으려 애쓰며,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결국 이겨내야 할 것은 적군만이 아니라 우리 안의 분열이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