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속 잡생각

요즘 아재

by 뿌리깊은

날이 추워졌다. 나는 온실 속 화초처럼 자랐어야 하는데 한국의 나로 태어났다. 옷을 찾기 위해 옷장을 열었다. 여러 와이셔츠가 보였지만 올초 겨울보다 살이 쪄서 그런가 잘 맞지 않았다. 두꺼운 옷들은 일 할 때 덥다. 결국 맨투맨 티셔츠나, 맨투맨 티셔츠만 입었다. 쇼핑을 해야겠다. 쿠팡을 열어 옷들을 골라봤다. 이쁜 옷들이 많았다. 오랜만에 지출이라 큰 맘먹고 3벌 합쳐 60,900에 구매했다, 다 검은 옷이었다. 구매하기 전, 고를 때는 분명히 알록달록 했던 것 같은데, 살 땐 다 칙칙한 검은색이다. 내 몸에 잡스형의 피가 흐르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아는 형이 '색깔 있는 거는 돈 주고 사는 거 아니다, 준다는 거 받을 때도 신중하게 생각해야 된다' 말했다. 평소 아는 형의 밥 사 준다는 말도 듣지 않았는데 이런 것은 또 잘 따른다. 이틀 정도면 오겠지...


두꺼운 패딩을 입고 밖으로 나왔다. 역시 추웠지만 버틸만하다. 아직 부산은 4~14도 정도로 크게 춥지 않다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남미에 살던 축구선수가 우리나라의 겨울에 쌍시옷 발음을 했다고 들었다, 따듯한 지역의 부산 사람들에겐 저 정도도 추운 날씨다. 버스를 탔는데 롱 패딩을 입는 분들도 많이 보였고, 목장인가 싶을 정도로 양털 모양 후리스를 입는 분들도 많았다. 목장을 노리는 한 마리의 늑대처럼 행동하고 싶은 충동이 잠깐 있었지만, 정상인 코스프레를 멈출 수 없어 두 다리로 내렸다. 버스를 타면 15분 정도 흘러 우리 식당 근처 정류장에 도착했고. 5분을 더 걸어가면 식당이다. 식당에 도착하고 조금 일을 시작하니 역시 덥다. 내겐 맨투맨 티셔츠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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