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고야, 잘 지내니. 나를 바라보고 있니?
내 마음은 가혹 너를 향해 가. 너에게 가 닿고 있을까?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문득, 간혹 너를 생각해.
하늘이 너무 푸르를 때, 산속에 혼자 우두커니 떨어져 있는 나무 한그루를 볼 때, 식사 전 기도를 할 때.. 너를 생각해.
우리가 하교하던 골목 담벼락이 내 눈에 들어올 때 내 마음은 시간을 거슬러 너와 함께이던 그 시간으로 흘러가. 월요일 하굣길은 참 즐거웠는데. 일요일 저녁 개그콘서트에 나온 재미있는 개그나 장면들을 너와 메뚜기가 똑같이 따라 했었으니까. 난 뭔지도 모르고 그냥 웃으면서 함께 걸었어. 까르르 까르르 너와 눈 마주치면 웃던 순간들이 내 가슴속 사진처럼 남아 꺼내보곤 해.
잘 지내니? 아프진 않겠지?
나는 잘 지내기도 하고 못 지내는 것 같지만 그 시간들이 지나면 또 잘 지낸 것 같은 시간들을 보내고 있어. 이게 나이 듦 같더라.
라고야 너의 삼십 대를 못 보았다는 게, 너의 사십 대 오십 대를 못 본다는 게 나는 참 아쉬워. 너는 찬란한 20대에 멈춰있구나.
너를 생각하면 시리게 아름다운 느낌은 밝음과 즐거움, 나의 절망이 함께 섞여있어서일까.
미안하다. 너의 아픔을 몰라줘서. 너의 힘듦을 내가 알았더라면 내가 멈춰 섰더라면 우린 좀 달랐을까. 네가 내 곁에 있을까?
그런 후회는 하지 않으려 애써 모른 척했던 순간들을 너는 알고 있겠지
한없이 밝고 예뻤던 네가 세상을 등져야 했던 이유를 이해한다면 나는 내가 살아가야 하는 이 세상을 살지 못할 것 같았어.
네가 삶을 포기해야 했던 이유들을 세상에서 찾는다면, 너의 가족에게서 찾는 다면, 곁에 있어주지 못했던 나에게 찾는다면. 나는 그것들을 미워하느라 발을 닿지 못할 것 같았거든. 그래서 더 이상 이해하려, 알려고 하지 않았어. 어떤 이유도 찾지 않으려 했지.
네가 세상을 떠나고 나는 혼자 남겨진 기분이었어. 너는 내 반쪽 같았거든.
한 번도 말한 적 없지만 19살쯤 널 만나러 가는 길에 신호등에 멈춰 서있다가 문득 그런 생각을 했어. ‘라고가 남자였다면 내가 좋아했겠다. 좋아한다고 따라다녔을까? 너도 날 좋아했을까? 난 라고 좋아할 거 같아.’라고 말이야. 네가 너무 좋아서 멜랑꼴리 한 사랑의 감정은 아니겠지? 의심한 적도 몇 번 있어.
고2 때 우리가 처음 같은 반이 되었을 때 네가 첫눈에 좋았다. 예쁘고 귀여웠어. 친해지고 싶었는데 너는 왠지 모르게 곁을 안주는 느낌이었어. 짝을 하고 싶어서 선생님께 언제 짝을 바꾸는지 물어보기도 했던 것 같아. 언제부터 우리가 단짝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느샌가 우리는 서로에게 스며든 것 같았어.
나의 열여덟, 열아홉은 네가 없이는 이야기할 수 없다. 늘 함께였고 서툼도 부족함도 웃어넘겼지. 너에겐 아까울 게 없던 시간들이었어.
스무 살이 넘어 첫 여행에서 너는 처음으로 가족 이야기를 꺼냈지. 부모님이 이혼하신 이야기를 하면서 나에게 진작 하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했어.
주마등처럼 많은 생각들이 지나갔어. 아버지가 장을 보고 음식을 하시고, 너의 준비물을 챙기시는 걸 보고 “아빠가 가정적이어서 좋겠다, 우리 아빠는 그런 거 하나도 못해. 엄마가 좋아하시지 않아? “라고 부러워했던 나의 말들에 네가 멈칫했던 순간들, 내가 너를 처음 만난 그때 어딘가 모르게 슬퍼 보이고 곁을 안 주던 너의 모습들 같은 것들이 지나가면서 너에게 너무 미안했어. 철없이 부러워하고 너의 어려움들을 몰랐다는 게 가슴이 철렁했지만 티 내지 않았지. 네게 힘들고 어려운 순간이 나타난다면 지나치지 말아야지, 같이 있어줘야지 했는데 나는 또 속절없이 그 시간들을 보내버렸구나. 미안하다.
나의 친구 나의 사랑아. 잘 지내니?
너를 보내고 그 시간들을 이겨내려 나는 상담이라는 세상에 발을 딛었어.
그래서 참 많은 세상들을 만나고 있어.
너의 어려움을 함께 하지 못했다는 나의 부채감에, 슬픔에 누군가의 슬픔과 고통을 함께 기꺼이 보내는 이일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 속에서 혼자 두지 않겠다는 나의 작은 의식 같은 건지도 모르겠다.
너와 함께하는 삶이었다면, 나이 듦과 성장을 우리가 함께 했다면 우린 또 다른 모습이었겠지?
네가 세상을 떠나지 않았더라면 내 삶은 어땠을까 상상이 잘 안 된다. 나는 상담을 하고 있을까?
너에게 감사해야 할까. 나는 잘 모르겠다.
소중한 친구를 보냈다고 모두가 상담을 시작하지 않듯 이 것은 나의 선택이고 나의 길이겠지. 이 길에서 나는 참 많은 위로를 받기도 하고 성장하고 배우고 있어.
너와 함께 하지 못한 순간들을 그리워하는 듯 나의 인생에는 참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하고 있고 나는 많은 사람들의 인생을 함께 하고 있어.
누군가의 빛나고 찬란한 순간들을 잊지 않고 찾아주고 싶어. 너에게 하고 싶었던 일인가 봐. 너는 참 사랑스럽고 따뜻하고 소중한 사람이었어. 누구보다 열심히였고 인정받고 사랑받으며 세상을 살아갈만한 사람이었지.라고야 네가 힘들 때 그런 말을 해주지 못해 정말 미안해. 이제와 서라도 나의 마음이 나의 말이 너에게 가닿기를 간절히 빌어본다.
사랑한다 내 친구야. 비록 같이는 아니지만 나는 이곳에서 너는 그곳에서 서로를 그리며.. 나는 열심히 살아볼게. 늘 젊고 어린 나의 친구 라고은. 너의 의미를 내 마음에 새겨본다.